부동산 전문가 없는 보완대책 논의…"양도세·보유세 모두 올리면서 집값 잡는 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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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2 생활권 입주하면 4주택자 되는 34세 직장인입니다. 5년, 10년 뒤 집값이 떨어질까요? (떨어질 거라고) 예상은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극히 소수의 조정일 테죠.”
지난달 세종지역 최대 온라인카페에 게시된 글이다. ‘40세 10주택 보유’가 꿈이라는 작성자는 카페 회원들에게 주택 매수를 부추겼다. 해당 글에는 ‘부럽다’는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세종특별자치시 행정중심복합도시는 2017년 8월 서울 11개 자치구와 함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하지만 규제를 비웃듯 최근 투기성 매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세종시의 아파트값은 누적 16.07% 올랐다.
이런 상황은 세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에선 30대를 중심으로 한 ‘패닉 바잉(panic buying, 시장심리 불안에 따른 매점매석)’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30대가 차지한 비중은 30.7%로, 지난해 상반기(25.3%)보다 5.4%포인트(P) 올랐다. 21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앞으로 어떤 대책이 나오든 집값은 오른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다. 현시점이 내 집 마련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인식되면서 매수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가장 큰 배경은 ‘정책 실패’다. 정부는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올해 6·17 대책까지 21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 중 2017년 8·2 대책은 세제·금융·청약과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총망라된 고강도 대책이었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 가지 않았다.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투기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고,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해당 지역을 규제지역에 추가하는 ‘두더지 잡기식’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근본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선 새집을 짓고 거래비용(양도소득세)을 낮춰 공급을 늘리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인상해 수요를 통제해야 하는데, 지금은 양도세와 보유세를 함께 인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심 교수는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통제하는 건 교과서적인 내용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감정적으로 다주택자와 서울 사람들을 악으로 규정해 양도세 80% 같은 과격한 대책들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집값이 오른 다른 국가들이 이런 대책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해봤는데 실패해서 안 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너무 멀리 와버려서 되돌리기도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성이 결여된 것도 문제다. 7일 부동산 보완대책 논의를 위한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며, 홍 부총리를 비롯한 나머지 4명은 모두 전·현직 기재부 관료다. 전문성이 배제된 채 정치 논리와 관성에 의해 정책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 교수는 “보완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정책 기조를 통째로 바꾸지 않는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투기수요와 집값을 잡으면서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건 실현 불가능한 구호란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실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선 투기수요가 유입되지 않더라도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집값을 내리려면 결국 실수요를 통제해야 해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1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지역·주택가격에 관계없이 세금을 누진으로 물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너무 많은 사람이 불만을 가지니, 정치적으로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잡은 것”이라며 “하지만 전체 주택시장에서 일부인 다주택자를 잡는다고 집값이 잡히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신 교수는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에 더해 2년 보유(규제지역은 2년 거주) 요건만 채우면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것이 ‘양도차익 실현 후 갈아타기’ 수요가 돼 상대적인 공급 부족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신 교수는 “투기에 세금을 감면해주면서 투기를 없애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투데이/세종=김지영 기자(j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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