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자유연대, 집회 금지되자 기자회견 선택
소녀상 둘러싼 양측 갈등 이어질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로 시내 집회가 금지되면서, 정의기억연대가 8일 낮 12시 수요시위를 기자회견 형식으로 열기로 했다. 같은 시간 인근에서 보수성향 단체들의 회견도 예정돼 있어 긴장감이 흐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의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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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매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수요시위와 보수단체 집회가 동시에 열리던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의 집회가 전면 금지된 가운데 양측이 이제는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집회를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기자회견이 집회와 달리 사전 신고 없이 자유롭게 개최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정의연은 8일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7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종로구가 소녀상 일대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이날 집회는 사전 신고가 필요 없는 기자회견으로 진행됐다. 수요시위를 멈춤 없이 진행하기 위한 차선책인 셈이다. 앞서 종로구는 지난 3일부터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될 때까지 종로구 소녀상 일대에서의 집회 개최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수단체 자유연대 역시 기자회견 방식을 택해 소녀상 좌측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다만 집회의 성격을 띨 경우 기자회견 형식을 가장한 미신고집회로 간주될 수 있어 양측 모두 평소보다 비교적 적은 규모로 집회를 열었다. 정의연 측은 수요시위 시작 전 현장에 모인 취재진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일일이 체온 체크를 실시했다. 수요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에게 기자회견 장소에서 조금만 벗어나달라고도 요청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 등 혹시 모를 상황 발생에 대비해 소녀상 일대에 경력을 배치하고 "기자회견의 취지에 맞게 인파가 운집하지 않도록 주최 측이 통제 해달라"고 여러 번 안내 방송까지 했다.
두 단체가 기자회견 형식으로 기존 집회를 이어 나가면서 집회 금지 조치로 소강 상태에 접어들 줄 알았던 양측의 갈등도 한동안 이어지게 됐다. 정의연과 자유연대의 대립은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중이다. 수요시위가 열리는 소녀상 일대에선 매주 두 단체가 동시에 집회를 진행하며 갈등을 빚어 왔다. 정의연이 28년 동안 수요시위를 개최하던 소녀상 앞 집회 장소를 자유연대가 선점했고, 울며 겨자 먹기로 옮긴 장소조차 또 다른 보수단체가 선점하는 등 자리 다툼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학생 단체는 보수단체로부터 소녀상을 지켜내겠다며 자유연대가 선점한 집회 장소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자유연대는 지난 6일 이 단체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자유연대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종로구청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ㆍ종로경찰서장 등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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