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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팀닥터 행방묘연…최숙현 사망 3일전엔 음주폭행 자필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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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수 유족 연락도 피해…경주시 “전화 안 받아”

의혹은 점점 커져…무자격 의료행위 정황도 나와

중앙일보

지난 2015년 열린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트라이애슬론 국군대표팀 김규봉 감독(맨 오른쪽)과 의무담당 안모씨(오른쪽 두 번째)이 선수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철인3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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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소속 고(故)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팀닥터(운동처방사) 안모(45)씨의 행방이 묘연하다. 최 선수 유족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경주시체육회나 경주시청의 연락도 거부하고 있어 소재조차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안씨는 최 선수를 비롯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소속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선수가 지난해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녹음한 녹취록에는 안씨가 최 선수를 수 차례 폭행하는 정황이 담겨 있다.

안씨가 최 선수 외에도 경주시청팀 선수들을 성추행하거나 폭행한 진술이 나오면서 경주시체육회는 8일 오전 안씨를 성추행·폭행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안씨가 수 차례 연락을 시도해도 받지 않는 상태”라며 “현재 안씨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경주시청 체육진흥과도 안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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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북 경주시 동부동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에서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이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운동처방사 안모씨를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고발장을 들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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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가 진행한 인사위원회에도 안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개인 사정으로 참석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자리에는 트라이애슬론팀 김모 감독과 최 선수의 선배 2명만 참석했다.

대한체육회도 안씨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협회 소속이 아닌 안씨에 대해 “이 분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혀 없다”고 증언했다. 김진환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장도 “개인병원에서 운동처방하고 잡일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최 선수 유족도 안씨와는 연락이 끊어진 상황이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8일 “지난 3월 안씨가 경북 경산시 한 원룸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는 것만 알고 있고 이후로는 어디서 사는지도 모르고 연락도 안 된다”며 “최근 전화를 걸어봤는데 받지 않더라. 아마도 김 감독이나 변호사 연락만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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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 트라이애슬론 감독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장에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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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취재진도 안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신호만 갈 뿐 통화가 이뤄지진 못했다. 그는 최근까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숙소와 불과 250여m 떨어진 원룸에서 살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과 경북경찰청은 안씨의 행방이나 연락 가능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인 사항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 안씨를 수배하거나 소환 조사를 할 것인지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전·현직 선수 10여 명으로부터 피해 사실이 접수된 만큼 수사기관이 김 감독과 안씨 등을 소환 조사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안씨의 과거 행적에 대한 의혹은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군인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두 차례(2015년 문경·2019년 중국 우한)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의무 담당으로 김 감독과 함께 참가했다.

앞서 안씨는 의료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자격도 없는 ‘무자격 의료인’으로 지목됐었다.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군인들 몸관리를 맡은 인물이 무자격자였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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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추가 피해자들과 대화하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팀 내 '팀 닥터'라고 불린 안모 씨의 폭행 및 추행 정황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안씨가 숙소를 무단 침입했다는 내용의 진술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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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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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는 과거 경북 경산시 한 내과의원에서 청소 일을 하면서 물리치료사를 돕는 보조업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물리치료사 보조업무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치료 행위로 ‘무자격 의료행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런 행위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드러날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안씨는 최 선수의 사망 사흘 전인 지난달 23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필 진술서를 이메일로 제출하기도 했다. 진술서에는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음주 상태로 최 선수의 뺨을 때렸지만 폭행 사유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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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체육고등학교 2016학년도 졸업앨범에 실린 고(故) 최숙현 선수의 사진. 트라이애슬론을 상징하는 싸이클을 들고 있다. [최 선수 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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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 [최선수 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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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팀 내 폭행·폭언 피해 접수가 이뤄졌을 때 가해자 명단에 안씨 이름은 없었다. 그런 그가 돌연 폭행을 시인한 점을 놓고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안씨가 가해자로 지목된 김 감독, 선수들과 입맞추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 감독과 선수 2명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잘못이 없어 사죄할 일이 없다”는 등 입장을 밝히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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