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투자원금 전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라는 내용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문을 지난 7일 우리·하나은행 등 판매사들에게 통지했다. 조정안 수락 여부 결정시한은 27일까지다.
판매사가 의도를 갖고 부실 상품에 투자를 권유했다는 정황이나 증거가 없음에도 금감원이 원금 100%를 물어주라고 결정하자 은행권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반환 원금 상당액이 은행에 몰려 있어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하나은행은 결정문에 대한 이사회 보고 준비에 들어갔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근무일 기준으로 14일밖에 여유가 없어 서둘러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며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일정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투자 원금 전액 반환은 선례가 없어 이사회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판매사가 왜 손실 100%를 책임져야 하느냐다. 분조위는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온 108건 중 2018년 11월 이후 가입된 72건, 그중에서도 대표 유형 4건을 심의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착오’ 주체는 투자자다. 계약체결 시점에 펀드 손실률이 최대 98%에 달했는데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이런 내용을 적지 않았고 판매사는 엉터리 투자제안서를 걸러내지 못해 결국 투자자에게 착오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2018년 11월 펀드 부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부실을 숨겨가며 펀드를 팔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은행이 판매사로서 공모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없다. 법적 절차를 거쳐 각각의 책임 정도와 보상 비율을 정하지 않은 채 투자자 여론만 의식해 금감원이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은 ‘판매사가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했다’고 했는데 이게 고객에 대한 기만 내지 사기에 해당한다는 뜻인가?”라며 “감독 책임론으로 발전할 것을 우려해 모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힌 게 오히려 은행의 운신 폭을 좁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조정안을 우리은행이 6개 은행 중 유일하게 수용했지만 이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에서 손태승 지주사 회장이 중징계를 받은 선례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제재까지 예고된 마당에 금감원에 협조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은행들이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배임 이슈도 무시할 수 없다. 금감원과 관계 때문에 은행들이 분조위 결정을 수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들의 속내지만 이사회가 만만치 않다.
한 은행 이사회 이사는 “금감원이 두 차례 법률검토를 거쳐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각 금융지주 주주들 생각은 다를 수 있다”며 “배임 이슈에 관해 은행에서 법률 검토를 벌여 이사회에 보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사외이사도 "불완전판매 부분에 대해 은행에 책임을 물으면 모르겠지만 은행에 100% 배상하라는 건 투자자책임원칙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무역금융펀드는 모두 2400억어치 팔렸다. 이중 1900억원은 펀드 원금 손실률이 98%에 달한 2018년 11월 말 이후 집중됐다. 중도 환매된 것들을 빼고 △우리은행 650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등 모두 1611억원이 반환 대상이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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