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세부담 강화 방안’ 주내 발표 방침 / 정부 대책으론 투기수요 억제 한계 판단 / ‘보유세 강화 후 취득세 인상’ 방안 통해 / ‘조속 매각이 이득’ 신호 시장에 전달 의도 / 김태년 “다주택자 등에 종부세 등 중과” / 서울 그린벨트 해제, 공급확대도 추진 / 정부부처는 “다양한 방안 검토 중” 신중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정부와 여당이 다주택자와 투기성 매매자에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대책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투기 수요를 꺾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대책의 전면에 서는 흐름이다.
7일 정부와 민주당 관계자 등의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은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을 추후 발표하더라도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안을 이번 주 안에는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우선은 보유세 인상이 유력하다. 보유세를 강화한 뒤 취득세를 높이는 방안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매각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신호를 부동산 시장에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주택자와 투기성 주택보유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중과하고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12·16 부동산대책과 올해 6·17 대책의 후속입법과 함께 그 밖에 추가로 필요한 입법과제를 7월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을 통해 현행 0.5∼3.2%인 종부세율을 0.6∼4.0%까지 올리는 안을 발표했으나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 기본공제(6억원·1세대 1주택자는 9억원)를 3억원으로 줄이고 과표구간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실효세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전날 김 원내대표가 “각종 공제 축소 등 종부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한 추가 조치를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확실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이다. 종부세 최고세율 4.0%를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
양도소득세 강화도 함께 추진된다. 강병원 의원은 이날 주택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80%의 양도소득세율을,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했을 경우 70%의 양도소득세율을 각각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12·16 대책에서 2021년 이후 양도분부터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양도소득세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고, 1년 이상 2년 미만일 경우 양도소득세율을 기본세율(6∼42%) 대신 40%로 적용하기로 한 것보다 수위가 훨씬 높다. 또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분양권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50%보다 더 높은 80%로 올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해찬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실수요자(1∼4%)에게 낮은 취득세를 부과하지만, 다주택자(최대 15%)에게 추가 취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싱가포르 모델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양도세를 중과해 세율이 12%에 달한다.
민주당은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시내 그린벨트 규제 완화 카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그린벨트 해제 문제와 관련해 “수도권의 경우에는 공급이 부족하지 않지만 서울시내가 올해와 내년 약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돼 있다”며 “공급을 제약하는 규제를 좀 더 완화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강도 높은 대책 발표와 법안 발의를 내놓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부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비공개 관계장관회의인 ‘녹실회의’를 열고 종부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 방안과 대출 규제와 관련한 이견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다주택자의 부담을 키우고 서민·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원칙 아래 다양한 방안을 토의하고 향후 관계부처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만 전했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업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뉴스1 |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기재부나 국토교통부의 다주택 소유자가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 자기에게 불리한 정책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스스로 직무 기피 신청을 하거나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나 기재부의 고위 관료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에게 불리한 정책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아파트 수분양자의 잔금대출 보완책에 대해 “조정대상지역으로 조정되면서 기존 대출에 소급 적용해 대출이 어려워진 이들이 있다는 불만을 귀담아듣고 있다”며 “(보완책은) 불편함 또는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부분이 주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뀌면서 줄어든 부분, 예상과 달라진 부분에 불만 또는 불편함이 있으니까 예상대로 되도록 하는 것이 (보완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6·17 부동산대책으로 새로 규제대상에 포함된 일부 지역에서는 잔금 납부를 앞둔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대출 한도가 줄어 어려워졌다고 호소해왔다. 이들을 위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적용 예외가 보완책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LTV는 비규제지역에서는 70%이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선 50%, 투기과열지구에선 40%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 여론 악화에… 다주택자 전수조사
더불어민주당이 소속 의원 전원의 부동산 보유 현황 조사에 나섰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당에서 의원들의 주택보유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7월에 의원들 재산 공개가 있어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조사 이후)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언급은 아직 없었다”면서도 “조사를 했다는 것은 다음에 뭐가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1가구 1주택’ 원칙에 어긋난 의원들에 대한 추가 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지난 4·15 총선에 앞서 후보자들에게 실거주 1주택만 남기고 나머지를 매각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당선된 의원 가운데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는 2년 이내 실거주 외 주택을 팔고, 이를 어길 시 징계에 회부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등록 대상인 의원들이 이달 말까지 재산형성 과정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만큼 그 전에 당 차원에서 ‘내부 조치’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진단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반포 아파트 대신 청주 집을 팔기로 결정한 데 따른 여론이 들끓자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당내에서는 노 실장을 둘러싼 논란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심 이반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실장이) 지역구 주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당 대표 선거 출마 선언을 한 뒤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합당한 처신, 합당한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 장남에게 증여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즉시 “정말 황당한 기사다. 조부가 손자에게 증여할 때 세대생략증여제를 통해 절세할 수도 있었는데 곧이곧대로 증여세 다 내고 증여한 것도 불법인가”라며 추가적인 ‘부동산 민심 악화’ 차단에 나섰다.
미래통합당은 ‘집값’을 고리로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진단 긴급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인상에 대해 국회에 책임을 지우는데 이건 부동산 정책의 완전한 실패를 시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활동가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 다주택자 의원들의 주택 처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자 여당 의원들의 ‘주택 처분서약’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서약 불이행에 따른 사과를 요구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지난 1월 민주당은 투기과열지구 등에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총선 출마자들에게 ‘실거주 주택 1채를 제외한 주택을 모두 매각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했지만 의원들은 서약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 당선된 민주당 및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180명 중 23에 이르는 42명이 후보 등록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이귀전·송은아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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