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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민주당 부럽네…” 다시 여의도에서, ‘내 집 마련’ 꿈꾸는 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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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당사를 다시 여의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의도를 떠난 지 2년 만이다. 국회를 코앞에 둔 ‘정치의 중심’으로 귀환해 당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다. 이 뿐만 아니라 2년 앞으로 다가 온 대선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창출 때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도 깔려 있다.

한국일보

지난 2004년 한나라당(현 통합당)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건물에서 천막으로 당사를 옮긴뒤 박근혜 대표가 국민들에게 사과와 다짐을 말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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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라도…” 대선 앞두고 2년 만 여의도 복귀 가닥


7일 통합당에 따르면 김종인 비상대책위는 영등포에 위치한 당사를 국회 앞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사무총장 주도로 입주할 건물을 찾고 있다. 이전 시점은 ‘가능한 빨리’다.

현재 통합당은 국회에서 1㎞가량 떨어진 영등포동7가 우성빌딩 2개 층을 당사로 쓰고 있다. 매달 월세로 2,000만원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사고, 현재 내는 월세로 대출 이자를 갚는 방안도 있다”고 언급했다. 빚을 내서라도 당사를 사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구상인 셈이다.

통합당이 다시 여의도로 방향을 튼 것은 일단 국회와의 접근성 때문이다. 당 사무처 직원들이 당사와 국회에 흩어져 일하다 보니 유기적 소통에도 제약이 크다. 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만큼 조직 역량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합당 당사가 여의도를 떠났다 복귀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한나라당 시절이던 2002년 16대 대선 패배 이후 ‘차떼기 파동’을 겪은 통합당은 2004년 여의도 중앙당사를 전격 매각하고 천막당사를 쳤다. 그로부터 84일 간 천막 생활을 하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으로 당사를 옮겼다. 한나라당은 2007년 여의도 한양빌딩에 재입성했는데, 이후 영등포로 다시 터를 옮기기까지 11년 동안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하며 영광의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분당,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참패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면서 당 쇄신 차원에서 또 다시 여의도를 떠났다.
한국일보

2018년 7월 김성태(오른쪽 두번째)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 등 당 지도부가 10년간 사용한 서울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자유한국당 현판을 내려놓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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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처럼 진작 살 걸…” 100억 뛴 시세에 고민


문제는 '돈'이다. 통합당은 2018년 당사를 우성빌딩으로 옮길 때도 여의도 부근 건물 매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평균 200억원대인 매입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안 돼 셋집살이를 결정했다. 그런데 2년 만에 시세가 100억원정도 뛰어 현재는 300억원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당 관계자는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는 데다 국회 인근에 건물 자체가 많지 않아 이전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합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부럽다”는 말이 오간다. 민주당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국회 앞에 지상 10층, 지하 4층 규모의 당사를 200억원 조금 못 미치는 가격에 샀다. 매입비용의 80%는 1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고가 매입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과 3년 만에 건물 가치가 100억원안팎 뛰었기 때문이다.

통합당에 여의도 귀환이란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한 발판이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고, 또 한 번의 변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사 이전에 맞춰 당명 변경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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