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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중위권 사라진 코로나발 ‘성적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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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시행된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상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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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생 이후 학생들의 성적 격차가 이전보다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일선 고교들을 취재해 8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최근 치른 중간고사에서 중위권 성적 학생들이 대거 하위권으로 쏠리는 ‘성적 양극화’ 현상이 확인됐다고 한다. 갑자기 닥친 코로나 위기로 충분한 준비 없이 원격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으나, 실제 결과가 예상을 크게 넘어서 당혹스럽다.

‘중위권 실종’ 현상은 국어·영어·수학에서 두드러지고, 특히 수학의 평균 점수가 예년보다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지필평가 비중이 높고 사교육을 많이 받는 과목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과목의 상위권 성적은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하니, 원격수업이 채우지 못하는 대면수업의 공백을 사교육과 부모들의 학습 관리가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문제였던 공교육에서의 ‘부유층 우위’가 더욱 강화된 셈이다.

5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등교수업이 재개됐지만, 학교교육이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번갈아 하고 있는데다, 등교수업의 실제 내용도 예전 수준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등교수업 일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과정은 그대로이다 보니 교사들이 주요 교과 중심으로 ‘진도 빼기식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학교 수업 의존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수업을 쫓아가기 힘든 구조다.

이번 중간고사 결과에 누구보다 교사들이 크게 놀라고 있다고 한다. 낯설기만 한 원격수업을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진행해왔을 것을 생각하면 교사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했다는 점에서, 교육 당국을 마냥 질타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시험 결과가 학력 양극화로 고착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취약계층 학생에 대한 지원 강화가 급선무다.

필요하다면 ‘역차별’이라 해도 좋을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그것이 전대미문의 사태에 걸맞은 교육 당국의 태도라고 본다. 이번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고, 기술 발달에 따른 교육 방식의 변화도 불가피하다면, 원격수업을 ‘응급처방’이 아닌 공교육의 질을 크게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 접근도 절실하다. 교육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끌어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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