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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거장이 직접 쓴 ‘셀프부고’…“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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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엔니오 모리코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에서 6일(현지시간) 타계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눈을 감기 전 직접 쓴 부고가 7일 공개됐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다”라는 짧지만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그와 삶을 함께 한 가족, 여러 지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작별 인사를 담았다. 이 글은 모리코네 유족 변호인이 언론에 공개했다.

유언 성격의 부고에서 모리코네는 “항상 내 곁에 있는 혹은 멀리 떨어져 있는 모든 친구에게 (나의 죽음을) 알린다”며 “이런 방식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 비공개 장례를 치르려는 유일한 이유는,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썼다. 누이와 아들·딸, 손자·손녀들을 일일이 거명한 모리코네는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내 마리아에게도 특별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모리코네는 “나는 당신에게 매일 새로운 사랑을 느꼈다. 이 사랑은 우리를 하나로 묶었다”며 “이제 이를 단념해야 하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당신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한다”고 전했다.

모리코네의 장례식은 숨진 당일인 6일 저녁 로마 남서쪽 외곽에 있는 로마 생물의학대학 구내 예배당에서 치러졌다. 예고된 대로 직계 가족과 친지 등 4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화려하지 않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장지는 대학 인근의 라우렌티노 공동묘지로 알려졌다.

모리코네는 며칠 전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어 로마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새벽 숨을 거뒀다.

그는 ‘시네마 천국’, ‘미션’,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언터처블’ 등에 삽입된 50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만든 20세기 최고의 음악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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