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전 경북체육중·고등학교 교장이 스포츠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박용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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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밝은 학생이었지만 운동할 때는 악바리 같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원영(66) 전 경북체육중ㆍ고 교장은 7일 한 공원에서 기자를 만나 유명을 달리한 최숙현 선수에 대해 이같이 회상했다. 이 전 교장은 최 선수가 경북체육고를 졸업하던 2016년 당시 교장이었다. 가해자인 김규봉 감독의 경북체육중고 시절 교과담당 스승이기도 했다.
최 선수를 2012년 처음 만났다는 그는 이번 비극의 원인을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았다. "운동 지도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마찬가지다. 전국 체전 3위 이내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성적만 추구하다보니 이른 비극을 낳았다. 우리나라 엘리트체육이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이 같은 사건은 또 터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감독에 대해서는 "잘못한 게 명백한데 아니라고 부인하면 안 된다. 차라리 열심히 하려고 하다 잘못된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스포츠계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사고가 터질 때마다 문제 덮는 데만 급급해 반세기가 다되도록 고질병이 계속 이어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20년 가까이 몸담은 스포츠 교육 현장을 떠났지만, 제도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 이 같은 사건이 터졌다"면서 "원로 체육인으로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2의 최숙현 선수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은 물론 학교 스포츠를 비롯한 엘리트 체육의 혁신과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학교체육진흥법 청원인 대표로 교육 관련 부서에 스포츠 지도자 처우 개선과 지위 향상요구를 꾸준히 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누굴 지목해 탓하기보다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선수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박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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