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조원태의 과감한 결단…대한항공, '알짜' 기내식도 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7일 서소문 사옥서 이사회 열고 매각 결정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매각가격 1조원 추정

서울시 `어깃장`에 송현동 부지 매각 장기화 유탄

산은, 자본 확충 주문에 화답…"위기극복 의지"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알짜배기’로 통하던 기내식·기내판매(기내면세점)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주문 받는 상황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을 통해 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7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기내식·기내판매 사업부(기내식 사업부) 등에 대한 매각 추진을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기내식 사업부 양도와 관련해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한앤컴퍼니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항공은 크레디트스위스와 삼성증권 등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사업부 매각을 추진해 왔다. 매각가격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시 갈등 탓 송현동 부지 매각 장기화…결국 기내식 매각

이날 대한항공의 기내식 사업부 매각 결정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앞서 대한항공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받았다. 당시 산업은행은 지원을 결정하면서 오는 2021년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하라는 특별 약정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1조158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부족한 부분은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 및 건물(605㎡)과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유휴자산을 매각해 1조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당초 유휴자산 리스트에 기내식 사업부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는 알짜배기로 통하기 때문이다. 기내식 사업부는 코로나19 이전 연평균 매출 약 35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는 효자 사업부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내식 사업은 현금 수익을 꾸준히 기록하는 ‘캐시카우’이자 동시에 항공운송업과 뗄 수 없는 사업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기내식 사업부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꾸준히 고수해왔다.

하지만 매각을 통해 많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이 최근 서울시와 갈등을 빚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보상비를 4671억원에 책정해 공고하는 등 공원화를 위한 작업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매각 참가 의사를 밝힌 15개 업체가 매각 예비 입찰에 응하지 않는 등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자본 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는 대한항공은 어쩔 수 없이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해당 사업 부문 직원들의 처우와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회사 생존을 위해 송현동 부지, 왕산 마리나 등 부동산 자산 매각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유상증자도 이달까지 계획대로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칼 제공)


◇“위기 극복 위해 과감한 결단도”…조원태, 금융당국과 호흡

기내식 사업부 매각 결정에는 조원태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는 평가다. 현재 코로나19 위기가 기존 예상보다 더 길어지고 있는 만큼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화물 부분에서 예상외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금융당국과의 호흡이 중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진해운 파산 사태가 반면교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원양 해운업의 시초인 한진해운은 글로벌 해운업 장기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17년 초 파산의 길을 걸었다. 당시 한진해운 파산은 채권단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자구안과 정부 및 주채권은행인 산은과의 소통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조 회장은 산은의 자구안 요구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먼저 지난 4월 선제적으로 경영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6개월간 대규모 직원 휴업을 결정했다. 아울러 송현동 부지 매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알짜 사업으로 평가받는 기내식 사업부 역시 매각하기로 하면서 항공사의 자체적인 자구책을 강조한 금융당국과 호흡을 맞춰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자체적인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금융당국의 지원이 향후에도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기내식 사업부 매각 부분도 자구책을 강조한 금융당국에게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자체적인 위기 극복 의지를 보여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