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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독이 돼 돌아온 ‘故 최숙현’ 감독ㆍ선배 ‘말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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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 트라이애슬론 감독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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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선수들이 쏟아지는 증거 앞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논리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의 ‘말 맞추기’가 되레 독이 돼 돌아왔단 분석이 나온다. 사안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음에도 이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돼 말 맞추기가 수월한 환경에 놓여있는 게 아니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최 선수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핵심 가해자로 꼽히는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과 주장 장윤정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제4차 공정위에서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다. 함께 공정위에 회부된 최 선수의 또 다른 선배 김모씨는 자격정지 10년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는 징계혐의자들 얘기보다 다수의 피해자 증언들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협회와 공정위원들에 따르면 이날 출석한 징계혐의자 3명은 공정위가 확보한 최 선수와 동료,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과 영상, 녹취, 조서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 명당 약 30분 안팎의 소명 시간을 가질 거라는 협회 관계자 예상과 달리 김 감독은 2시간, 장윤정은 1시간30분 정도 소명 시간을 가졌다. 공정위가 열린 회의실 밖에선 징계혐의자들의 소명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많은 게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징계 결정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마지막 순서로 소명에 나선 김모 선수가 오후 9시 57분쯤 회의실을 나온 뒤 공정위들간 의견 조율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견 조율부터 결정문 발표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는 5명의 공정위원(위원장 제외)이 징계 의결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변호사로 활동중인 안영주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에서의 징계 의결은 공정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날 참석인원(5명)가운데 4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결론을 냈다”고 했다. 징계 수위에 대한 이견이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은 “공정위원들이 보기에 징계혐의자들의 진술이 믿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억이나 진술 내용이 조금 달라야 하는데 같은 패턴으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며 “충분히 조력을 받은 상태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시각에서도 말 맞추기 흔적이 또렷했단 얘기다.

시민단체와 체육계에선 향후 검찰 수사를 대비한 전략적 혐의 부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는 공정위 등에서 혐의를 인정해버리면 향후 수사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단 판단에 일관된 혐의 부인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체육시민연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견고한 카르텔을 바탕으로 잘못을 부인하면 유야무야 징계를 피했던 체육계 관행을 이번에도 믿는 것 같다”며 “체육계 자정기능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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