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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안치환 신곡, ‘낯 두꺼운 진보’를 겨누다···“네 편, 내 편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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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가수 안치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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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수 안치환이 진보를 참칭하며 권력만 탐하는 기회주의자를 비판하는 신곡 ‘아이러니’를 발매했다. 안치환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권력이라는 것에 기생하여 자신의 입신을 꿈꾸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자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네 편, 내 편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로 세상을 바라볼 때 느낀 점을 담았다”고 말했다.

‘일 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 /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 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 /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쒀서 개줬니 / 아이러니 다 이러니 다를 게 없잖니 / 꺼져라 기회주의자여.’

가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듯 7일 정오 발표된 ‘아이러니’는 ‘순수가 무뎌지고 수치심이 마비된’ 채 진보를 말하는 기회주의자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다. 안치환이 생각하는 정치와 권력에 대한 아이러니를 표현한 이 곡에는 ‘완장’, ‘자뻑의 잔치’, ‘서글픈 관종’, ‘죽써서 개줬니’ 등 날선 표현에 담긴 경고의 메시지가 형형하다.

안치환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보수든 진보든 세상에는 기회주의자가 넘쳐 흐른다. 그러나 이쪽 편이라고 해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고 고쳐나가지 않으면 무엇이 다른가 하는 문제의식을 담았다”고 말했다.

소속사가 전한 보도자료에도 안치환은 같은 맥락의 설명을 이어갔다. 곡 소개에서 안치환은 ‘아이러니’가 겨냥하는 대상이 진보와 시민의 이름을 참칭한 기회주의자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세월은 흘렀고 우리들의 낯은 두꺼워졌다. 그 날의 순수는 나이들고 늙었다. 어떤 순수는 무뎌지고 음흉해졌다. 밥벌이라는 숭고함의 더께에 눌려 수치심이 마비됐다”면서 “권력은 탐하는 자의 것이지만 너무 뻔뻔하다. 예나 지금이나 기회주의자들의 생명력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시민의 힘, 진보의 힘은 누굴 위한 것인가? 아이러니다”라는 물음으로 글을 마쳤다.

안치환은 이날 통화에서 “진보의 힘은 일반 시민들의 의지와 힘이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더 나은 세상 꿈꾸며 만들어 준 자리에서 소명감을 갖고 일하고 싸워나가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마지막 문장을 부연했다.

안치환은 86세대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민중가수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위하여!’,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등의 대표곡이 있다. 대학시절 노래패 ‘울림터’를 시작으로 1986년 노래모임 ‘새벽’,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거쳐 1989년부터는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주목을 받았다. 2014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열망을 담은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제주 4·3사건 아픔을 주제로 한 ‘4월 동백’ 등을 잇달아 내놨다.

이하는 안치환이 직접 쓴 ‘아이러니’에 대한 곡 소개와 가사 전문.

<안치환, 아이러니에 대하여>

김남주 시인이 출옥 후 함께 한 집채극 첫 순서에서 낭송하신 시.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소리 높여 자유여! 해방이여!

통일이여! 외치면서 속으론 제 잇속만 차리네….”

여러 번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난 후 그 시를 노래로 만들었다.

3집에 자유를 발표하고 어느 무대에선가 그 노래를 부르고 나니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라는 자가 나를 따로 부르더니

“왜 그런 노래를 부르느냐. 왜 우리를 욕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느냐”고 훈계조로 내게 말했다.

‘아, 그렇게 들리세요…?’

얼마 후 김남주 시인을 만나게 되어 그 이야기를 하니 시인께서 말하셨다.

“그 노래를 듣고 부끄러워해야 할 놈은 부끄러워야 한다. 신경쓰지 말고 맘껏 불러라!”

나는 부끄러워하며 맘껏 부르고 다녔다. 부끄러워하며.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싸우고 있지만 진짜 적은 어느 편에 있기 보단 양심과 정의 밖에 있다고 믿기에 아직도 노래 ‘자유’는 유효하다.

세월은 흘렀고 우리들의 낯은 두꺼워졌다.

그 날의 순수는 나이들고 늙었다. 어떤 순수는 무뎌지고 음흉해졌다. 밥벌이라는 숭고함의 더께에 눌려 수치심이 마비되었다.

권력은 탐하는 자의 것이지만 너무 뻔뻔하다.

예나 지금이나 기회주의자들의 생명력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시민의 힘, 진보의 힘은 누굴 위한 것인가?

아이러니다.

<안치환 신곡 ‘아이러니’ 가사 전문>

일 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쒀서 개줬니

아이러니 다이러니 다를게 없잖니

꺼져라 기회주의자여

끼리끼리 모여 환장해 춤추네

싸구려 천지 자뻑의 잔치뿐

중독은 달콤해 멈출 수가 없어

쩔어 사시네 서글픈 관종이여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쒀서 개줬니

아이러니 다이러니 다를게 없잖니

꺼져라 기회주의자여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쒀서 개줬니

아이러니 다이러니 다를게 없잖니

잘가라 기회주의자여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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