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관련 무면허에도 “대학교수인 나, 수술 하고 왔다”고 말했단 진술 나와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왼쪽부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코치, 선수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로 활동하던 고(故) 최숙현 선수는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로 4명을 지목했다. 그중 최 선수가 남긴 녹취파일에서 가장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낸 이는 ‘팀닥터’라고 불린 안주현(45)씨다. 안씨는 선수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성추행까지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안씨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핸드볼 선수 출신으로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추가 피해자들과 대화하며 안씨의 폭행과 추행 정황을 발견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자필로 작성한 진술에 따르면 “2017년 여름 경산 숙소에서 안씨가 술에 취해 제 뺨을 때렸다”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안씨가 대량의 음주를 한 뒤 여러 사람을 구타하고 폭행, 욕설, 비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그간 드러난 폭행과 가혹행위 외에 성추행 정황을 전한 피해자도 있다. 한 선수는 “(안씨가) 갑자기 자기 방으로 불러서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이러시면서 뺨을 두 차례 때렸다가 갑자기 또 웃으시면서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고 예뻐했는데 하시면서 볼에 뽀뽀하셨다…”고 썼다.
또 “팀닥터 선생님과 11월 말∼12월까지 치료, 보강훈련을 이유로 만났는데 훈련과정 중에 수영 동작을 알려주신다며 서있는 상태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한쪽 손으로 본인 목을 감아서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끌어안을 때처럼 끌어안으라고 하셔서 굉장히 불쾌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7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추가 피해자가 진술한 ‘팀닥터’ 안주현씨 폭행 및 성추행 정황을 공개했다. 임오경 의원실 제공 |
안씨가 여자선수들 숙소에 무단 침입한 사례도 있다. 한 선수는 “저녁을 먹었다고 했음에도 (오후) 7시 30분이 넘었는데 와인 한 병을 들고 오셔서 혼자 드셨습니다. 저희 둘밖에 없는 여자 숙소라서 저희는 아니다 싶어 감독님께 말씀드렸다”는 진술도 나왔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 내용 외에 밝힌 피해사례로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이 있었다. 이 피해자는 “팀닥터는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다”며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일 안씨에 관해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의사가 아닐 뿐 아니라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못박은 바 있다. 이밖에 대한철인3종협회가 수집한 피해자 혹은 피해 목격자 진술에도 안씨의 폭행, 추행 정황은 다수 담겼다. 안씨는 선수들에게 각종 치료를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7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추가 피해자가 ‘팀닥터’ 안주현씨의 무단침입 사실을 작성한 진술서를 공개했다. 임오경 의원실 제공 |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6일 김규봉 감독과 고인을 괴롭힌 선배 선수 둘을 징계했으나 안씨는 징계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안씨는 공정위 징계 대상 범위에 있지 않아서 규정상 징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협회에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안씨에게 피해를 본 선수가 여러 명 확인되면서 협회는 안씨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구지검은 최 선수 사망과 관련해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비위 관계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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