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故최숙현 가해 감독, 모친에게 “딸 뺨 때리라”고도 시켰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 선수 부친·동료, 언론 인터뷰에서 폭로

세계일보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치고 나오는 김규봉 경주시청팀 감독. 연합뉴스


수년간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폭언·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규봉 전 경주시청팀 감독이 고인의 부모 앞에서도 폭행을 했고, 심지어 최 선수의 모친에게 직접 딸의 뺨을 때리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최 선수의 아버지와 동료 선수의 공통된 증언이다.

고인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7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7년 4월쯤 김 감독이 우리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딸의 뺨을 때렸고, 아내에게 딸의 뺨을 직접 때리라고 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당시 딸이 경주시청팀 소속 여자 선수들이 사용하던 숙소를 이틀 동안 무단으로 이탈했다가 복귀했는데, 김 감독이 부모를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김 감독이 아내에게 ‘최 선수가 잘못했으니 내가 아닌 어머니가 직접 혼내야 한다’며 ‘지금 내가 보는 앞에서 딸의 뺨을 때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당시 고인은 만 19세로 갓 입단했을 때였다.

최 선수의 어머니는 결국 감독이 보는 앞에서 최대한 손동작을 크게 하는 척하며 딸의 뺨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씨는 “딸을 때려야 했던 엄마도 울고, 숙현이도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또 “김 감독은 부모가 지켜보는 앞에서 딸에게 비속어를 사용하며 ‘네가 어떻게 감히 숙소를 나가냐’며 딸의 뺨을 때렸다”고 부연했다. 최씨는 “그때는 딸이 감독과 선배 선수에게 폭언·폭행을 당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고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해야 딸이 운동선수로 성공할 줄 알았다”며 “딸을 잘 봐달라는 의미로 숙현이 엄마가 무릎도 꿇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고인의 부친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인 A씨도 “최 선수와 부모가 김 감독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봤고, 뺨을 때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중앙일보에 털어놨다. A씨는 “평소처럼 숙소에 들어갔는데 거실에 최 선수와 부모님이 감독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며 “너무 놀라 방으로 빨리 들어갔는데, 방에서 뺨을 강하게 때리는 소리와 감독이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감독은 ‘네가 뭔데 부모님 무릎을 꿇게 만드냐’ 등의 말을 했다"고 했다. 그는 “최 선수가 당시 너무 힘들어서 숙소를 이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도 같은 이유로 팀을 옮겼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이 같은 증언들과 관련해 김 감독의 입장을 듣고자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고인의 아버지 최씨 역시 언론의 연락이 쇄도한 탓에 통화가 어려웠다. 다만 김 감독은 전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최 선수가) 죽은 건 안타깝지만 사죄할 건 없다”며 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팀닥터의 폭행을 말린 적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전날 7시간 여의 긴 회의 끝에 “최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고, 여러 피해자를 만든 김 감독과 (고인의 선배인) 장모 선수를 영구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세계일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유망주로, 소속팀이던 경주시청팀 감독과 팀닥터,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사진. 고인 유족 제공


철인3종경기 유망주였던 고인은 지난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 유족이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그는 감독과 팀닥터, 선배 2명의 가혹 행위에 수년간 시달렸다. 올해 2월엔 이들을 고소하고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신고하거나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돌아온 건 외면뿐이었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하는 식고문을 당했고, 복숭아 1개 먹은 일을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으며,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3일간 굶거나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닥터는 여자부 선수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