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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아동 성 착취물' 손정우 미국 송환 불발...여론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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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다크웹에서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 운영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판매·배포로 실형 확정

"손정우 미국으로 보내면 국내 수사 지장 가능성"

청원인 "손정우 받은 형 1년 6개월에 불과"

손정우, 법원 결정에 따라 1년 만에 구치소 석방

[앵커]
법원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 대해 범죄인 인도 '거절' 결정을 내렸습니다.

성 착취 범죄 근절을 위해 손 씨를 국내 수사 과정에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인데요.

판사를 비난하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여론은 싸늘합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강희경 기자!

먼저 손정우에 대해 범죄인 인도 심사가 진행된 이유부터 정리해볼까요.

[기자]
손정우는 '다크웹'에서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로 알려진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했습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 4천여 명으로부터 4억여 원을 받고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성 착취물을 판매하거나 배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습니다.

이후 지난 4월 형기를 모두 채우고 풀려날 예정이었는데 만기 출소를 앞두고 정부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범죄인 인도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고, 법원에서 발부돼 손 씨는 풀려나지 않고 그대로 재구속됐습니다.

범죄인 인도 조약과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미국이 인도를 요청한 범죄 가운데 국내법으로 처벌이 가능하고, 국내 유죄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만 인도가 가능한데요.

이 때문에 국내에서 처벌받은 성 착취물 제작·배포 혐의를 제외하고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서만 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심사가 진행됐고, 어제까지 모두 세 차례의 심문이 열렸습니다.

[앵커]
지난 두 차례 심문에서 검찰과 손 씨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는데요.

손정우 측에선 어떤 주장을 내세운 겁니까?

[기자]
먼저 관련법을 보면 법원이 범죄인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이유는 절대적 사유와 임의적 사유로 나뉩니다.

절대적 사유가 있다면 인도를 거절해야 하고, 임의적 사유가 있다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인도를 허용할 수도,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범죄인 인도법에서 정한 인도 요건에 충족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전제 조건입니다.

손 씨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주장했습니다.

먼저,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에 다른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미국의 보증'이 없어서 인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손정우가 '인도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 해당해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임의적 인도 거절 사유로는 손정우가 대한민국 국민이고, 범죄가 대한민국에서 이뤄진 만큼 손정우를 미국에 보내는 게 비인도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생각했던 것보다 쟁점이 다양한데 먼저 한국에서 처벌한 범죄로 다시 처벌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했나요?

[기자]
범죄인 인도 조약은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의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미국으로 보내진다 해도 국제자금세탁으로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손정우 측은 이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조약이 당사국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고 조약을 준수할 법적 의무가 있어서 별도의 보증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절대적 거절 사유와 관련해서도 범죄를 저질렀다는 개연성이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손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재판부가 손 씨에 대해 판단한 결과 임의적 인도 거절 사유가 있다고 본 건데요.

이 부분에서 국내 아동·청소년 성 착취 수사에 손정우를 이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 거죠?

[기자]
재판부는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손정우를 미국에 보내지 않는 것에 대한민국의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손 씨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이 제작·배포되도록 설계한 '사이트 운영자'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재판부는 손정우가 처음에는 단순한 이용자였다가 운영자로 나아간 점을 보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발본색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다크웹' 특성상 회원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만큼, 범죄가 악순환 되는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손정우의 신병을 국내에서 확보해 수사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면서 손정우를 미국으로 보낸다면 대한민국에서 수사가 미완 상태로 마무리되거나 진행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나아가 범죄인 인도 제도의 목적은 법정형이 더 높은 청구국의 형사법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범죄의 예방과 억제'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검찰이 범죄수익 은닉 혐의도 추가 수사해 기소했다면 국내에서 재판받았을 것이라며, 불기소로 인한 불이익을 손 씨가 감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앵커]
국내 수사를 위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여론의 반응이 싸늘합니다.

인도를 거절한 판사가 대법관이 돼선 안 된다는 국민청원에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고요?

[기자]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한다는 국민청원에 벌써 30만 명이 동의했습니다.

청원인은 손정우가 받은 형이 1년 6개월에 불과하다며, 한국에서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건 오만한 발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1년 6개월이라는 형량은 과거 재판에서 확정된 부분이고, 어제 서울고등법원에서 판단한 부분은 아닙니다.

또, 일각의 오해와 달리 손정우가 미국에 가더라도 성 착취물 범행에 대해 추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여론이 이렇게 들끓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금세탁의 미국 법정형과 국내 법정형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일 텐데요.

우리나라 범죄수익은닉 규제법은 범죄수익 등을 은닉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법에 따르면 자금세탁은 최대 징역 20년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재판부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번 사건이 큰 관심을 받는 이유가 손 씨의 성 착취 범죄에 대해 국민 법 감정에 맞는 처벌이 안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손정우를 법정형이 더 높은 미국으로 보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법원도 공감한다고 말했는데요.

앞으로 손정우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범죄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적절한 입법 조치가 이뤄지고, 수사기관과 법원도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또 손 씨를 향해서도 면죄부를 주는 게 결코 아니고, 앞으로 수사와 재판에 적극 협조해 정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법원 결정에 따라 어제 손정우는 구치소에서 풀려났는데요.

앞으로 다시 수사를 받게 되는 건가요?

[기자]
앞서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해 손 씨 아버지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던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아들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면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노린 건데요.

범죄인 인도 심사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 배당한 뒤 일단 수사를 유보한 상태였습니다.

법원 결정에 따라 1년여 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난 손 씨는 죄송하다는 뜻을 거듭 밝히며 앞으로 남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손정우 /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 처벌 남아 있는 것도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추가 수사 이어질 것 같은데, 한 말씀 부탁합니다)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 씨 아버지도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며 아들이 남은 죗값을 치르도록 하겠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손 모 씨 / 손정우 아버지 : 추가 수사는 두둔하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죄를 지었기 때문에 국민적 정서에 맞게 수사를 잘 받아서 죗값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금세탁, 즉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손정우 측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했고 공소시효도 남아 있어서, 조만간 수사를 통해 추가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손 씨의 범행에 비춰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분노 여론이 들끓는 만큼 성 착취 범행에 대한 양형 기준을 조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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