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은 1년 단위 계약 ‘기간제 노동자’···산재 인정 가능할까

[경향신문]
감독, 팀닥터, 선배들의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의 사망은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7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에 따르면 2017년, 2019년 최 선수의 소속은 경주시청 직장운동경기부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경주시체육회였다. 경주시체육회는 경주시청로부터 연간 선수 임금과 훈련비 등의 명목으로 9억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고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동료 선수들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기들도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산재 인정이 되려면 최 선수가 노동자여야 하며 최 선수의 사망과 업무 간 상당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우선 최 선수는 경주시체육회와 1년 단위 계약을 맺은 ‘기간제 노동자’였다. 실업팀 선수들은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4대보험 적용이 안 되는 프로야구 선수들 사례와는 다르다. 경주시청 관계자는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은 경주시체육회와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4대보험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최 선수의 자살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다. 감독, 선배 등은 가혹행위를 부인하고 있지만 동료들의 증언, 최 선수가 남긴 녹취 등을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점을 추론해볼 수 있다. 앞서 2014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일하던 경비 노동자 ㄱ씨가 입주민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ㄱ씨의 사망은 산재로 인정된 바 있다.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권동희 노무사는 “실업팀 소속 아마추어 선수들은 각종 부상, 가혹행위 등에 시달리지만 자신이 노동자라는 인식을 잘 하지 않아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최 선수의 사망은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자살로서 업무상 재해”라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은 “최 선수는 기간제 신분으로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었던 만큼 최 선수의 유족이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실 제공

올해 경주시체육회에서 부산시체육회로 소속을 옮긴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부산의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지환·백경열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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