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선수들 국회에서 회견
“팀닥터가 치료 빌미삼아 성추행
감독, 미성년 선수들에 음주 강요”
고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폭언한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모 감독이 6일 국회문광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그런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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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에서 함께 운동했던 동료 선수들이 김모 감독과 선배 선수, 팀닥터(운동처방사)가 폭행·폭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미성년 선수에게 음주를 강요하고 팀닥터가 치료를 빌미삼아 성추행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철인3종 현역 선수 두 명은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나와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우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또 “경주시청에서 뛰는 동안 한 달에 열흘 이상 폭행당했다”며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팀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선수들을 이간질하고 따돌렸다. 같은 숙소에서 지내 24시간 폭행·폭언에 노출됐다”고 했다. 한 선수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를 옥상으로 끌고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며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살려달라고 사정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주장은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며 다른 선수들이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다. 숙현이 언니가 팀닥터에게 맞고 방에서 혼자 휴대폰을 보며 울고 있자 ‘쇼하는 것이다. 휴대폰을 보고 어떻게 우냐’고 했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2019년 3월 팀닥터가 술자리에서 감독과 함께 최 선수를 구타했다고 주장하며 성추행을 했다는 증언도 했다. 이들은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또 “팀닥터는 ‘최숙현을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 선수의 동료 선수 2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한 2명 외에 추가 피해자 6명의 진술을 더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도 경주시청 전·현직 선수 27명 중 현재까지 15명으로부터 폭행 피해 진술을 받았다.
추가 피해자 진술 중엔 미성년자에게 음주를 강요한 정황도 있다. 한 선수는 “감독이 2015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고교 선수들에게도 술을 먹였다. ‘토하고 와서 마셔, 운동하려면 이런 것도 버텨야 한다’고 했다. 당시 최숙현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화장실에서 엎어져서 속이 아파 소리만 질렀다”고 전했다.
최 선수가 중학생 시절부터 폭행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최 선수는 경북체육중에서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 시기에 김 감독과 팀닥터를 만났다. 최 선수의 친구 A씨는 “경북체육중 시절부터 감독과 팀닥터로부터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최 선수에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최 선수 아버지도 “중3 때부터 팀닥터가 곁에 있었다”며 “과거에도 폭행당한 사실이 더 있다”고 말했다.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김 감독과 선배 선수 2명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감독은 “최 선수에게 폭행·폭언한 적은 없다”며 “감독으로서 선수가 폭행당한 것을 몰랐던 잘못은 인정한다”고 했다. 선배 선수들도 “폭행한 적 없다” “죽은 건 안타깝지만 사죄할 건 없다”고 답변했다. 문체위 회의장 방청석에 자리한 피해 선수들은 김 감독과 선배 선수들이 부인으로 일관하자 울먹였다.
피주영 기자,
경주·안동=김정석·백경서·김윤호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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