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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몰랐다", "사과할 마음 없다" 가해자 없는 최숙현 사건에 상임위원장까지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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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왼쪽)과 선수들이 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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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어요. 가해자가 여기 나와있는데 나는 때린 적 없다고만 하고 있습니다."(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6일 긴급 현안질의는 한탄의 연속이었다. 팀내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자리였다. 가해자로 지목받은 경주시청 팀 감독과 선배 선수는 물론 정부와 관련 기관 대표들까지 모조리 국회에 출석했지만 "내 잘못"이라고 책임을 인정하고 나선 이는 끝내 없었다.

한국일보

도종환 국회 문체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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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답답한 분위기가 이어진 탓에 도종환 문체위원장이 목청을 높이는 장면도 수차례 반복됐다. 상임위 의사를 진행하는 상임위원장이 직접 증인을 몰아세우며 질의를 하는 이례적인 일도 거듭 벌어졌다.

문체부 장관 출신인 도 위원장은 특히 최 선수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가해자로 지목받는 '팀닥터' 안 모 씨에 관해 "정보가 없다"고 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도 위원장은 "국회 상임위에서 문제를 다루는 데 주요 폭력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나"고 대한체육회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후임자인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최윤희 2차관을 언급하면서 "이 주요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분 누구세요? 장관님이세요? 차관님이세요?"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도 위원장은 또다른 가해자로 지목받는 경주시청의 김규봉 감독을 향해선 8~9개씩 질문을 연달아 던지기도 했다. 앞선 질의에서 김 감독과 최 선수의 선배인 장윤정 선수 등 경주시청 철인3종팀 관계자들이 "그런 적 없다"고 폭행 사실을 부인하자 직접 질문자로 나선 것이다.

도 위원장은 잇단 추궁에도 김 감독 등 관계자들이 "그런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자 "수사도 조사도 안되면 저희가 청문회를 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현안질의는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후 종료됐다.



다음은 현안질의 중 도 위원장 질의와 이에 대한 김 감독의 답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규봉 감독님 발언대에 서주세요. 선수들을 행거 봉으로 때리다가 휘어지니까 밖에 있는 선수에 야구방망이 가져오라고 하고, 아파서 앉은 선수를 발로 밟은 적이 있습니까?

김규봉 감독: 그런 적 없습니다.

도 위원장: 새벽에 선수를 발로차서 손가락 부러뜨린 적 있습니까?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선수에게 담배 물리고 고막이 터지도록 때린 적 있습니까?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물건을 집어던진 적 있습니까?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야구방망이로 때린 적 있습니까?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선수가 맹장이 터져 수술 받았는데 실밥도 풀지 않았는데 훈련시키고 반창고 붙이고 수영하라고 한 적 있습니까?

김 감독: 그런 적 없습니다.

도 위원장: 항상 욕을 입에 달고 살아요?

김 감독: 제 말투가 경상도 말투라서 강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도 위원장: 양동이에 소주와 맥주를 타서 억지로 먹이고, 토하면 반복해서 먹인 적이 있습니까?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술 마시는 것도 운동이라면서 폭행, 폭언한 적 없어요?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최윤희 문체부 2차관을 향해) 최 차관님, 선수들은 이렇게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기자회견을 했어요. 감독은 지금 그런 적이 하나도 없다고 그래요. 철저히 조사를 해주세요.(중략) 안되면 청문회를 할 겁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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