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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인영, 남북관계 독자노선 시사…"스스로 할수있는 일 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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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남북 관계에 대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또 우리 스스로가 판단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고 밝혔다. 북·미 대화 교착으로 답보상태에 놓인 남북 관계를 우리 정부 주도로 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이날 선전매체를 통해 "남한 내 반정부·반미 감정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남한 내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방한을 앞두고 반미 감정과 남한 내 남남 갈등을 유발하며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남북회담본부로 첫 출근을 하며 기자들과 만나 "남과 북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오작교를 만들기 위한 노둣돌을 착실하게 놓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냉랭해진 남북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으로 들어가는 게 첫 번째 노둣돌"이라며 "인도적 교류와 협력을 지체 없이 할 수 있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북 전단발 대남 공세를 계기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미워킹그룹의 역기능에 대해선 "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스스로 판단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며 "워킹그룹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리뷰해보고 제 평소 소신을 바탕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정치가 지닌 장점 중 하나는 상상력"이라며 "정치인은 싸워도 늘 소통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또 그런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바탕으로 남쪽에서 막힌 것도 뚫고 또 북한과 관계에서 막힌 것도 뚫는 과정으로 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남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남북 교류·협력 사안을 찾아내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추진 의사를 밝여왔던 북한 개별관광을 비롯해 남북 보건의료 협력 등 인도적 지원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 코로나19 사태로 현시점이 보건의료 협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정부는 개별관광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면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대북 제재 속 돌파구를 마련할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에 대해 이 후보자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긴장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원내대표를 하는 동안에도 강조했던 일관된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북한이 남북 간 대화와 북·미 간 대화를 때에 따라 병행하기도 하고 선후로 접근해 오기도 했는데, 우리 쪽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우리 쪽에선 어떤 경우에도 남북 간 대화와 북·미 간 대화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앞으로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통일부에서 현안 관련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날도 대남 압박을 이어갔다. '조선의오늘'은 '날로 높아가고 있는 저주와 분노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남조선 각계층들 속에서 반정부, 반미 투쟁 기운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최근 국내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판문점선언 등 남북 공동선언 내용을 이행하라고 주장한 점을 강조하며 "남조선의 각계층 속에서 친미사대의 늪에 빠져 동족과의 합의를 줴버린 남조선당국을 단죄 규탄하며 선언 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응당하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문제의식이 나오고 있는 점을 부각했다. 조선의오늘은 '언제까지 치욕과 굴종의 굴레를 쓰려는가'라는 제목의 별도 기사에서 한미워킹그룹을 부정적으로 보는 국내 일부 정치권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 전 통일부 장관 등을 거론하며 한국에서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고 '한미실무그룹(한미워킹그룹)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서 허용한 것까지도 막고 있다' '한미실무그룹이 취지와 다르게 남북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 기회에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열린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에 한미워킹그룹 관련 우려를 전달한 점을 두고 한 말로 보인다.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다시 한미워킹그룹을 문제 삼은 것은 새로 임명된 이 후보자에게 미국 눈치를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7일 방한하는 비건 부장관을 향해 대북 제재 완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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