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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용기 낸 故최숙현 동료들, “그런 적 없다” 잡아뗀 가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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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자회견·현안질의서 각각 입장 밝혀

세계일보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 뉴스1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의 유망주로, 감독과 팀닥터 등의 가혹행위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국회에서 고인이 당했던 폭행 등에 대해 증언하고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털어놨다. 이들은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자 경주시청팀 주장이던 선배 선수가 고인을 ‘정신병자’로 몰았다고 밝혔고, 녹취파일 등으로 공개된 ‘식고문’ 등 가혹행위가 모두 사실이라고 전했다. 반면, 가혹행위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3명은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그런 적 없다”고 잡아뗐다.

◆동료 선수들 “한달에 열흘 이상 맞았다”

경주시청팀 소속 현역 선수 두 명은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미래통합당 최숙현 사건 태스크포스(TF)가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리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뗐다. 이들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며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우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선수 유족 등이 공개한 녹취파일에는 고인이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 빵을 먹게 한 일종의 식고문과 복숭아 한 개를 먹었다고 술자리에 불려가 맞은 일 등이 생생히 담겼다. 고인의 동료들은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게 모두 사실이라면서 자신들도 “경주시청에서 뛰는 동안 한 달에 열흘 이상 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두 선수는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 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언니와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한 선수는 “가혹행위는 감독만 한 게 아니었다”며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선수는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을 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고, 그의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면서 “숙현이 언니가 팀닥터에 맞고 나서 방에서 혼자 휴대폰을 보면서 크게 울고 있는 것도 ‘쇼하는 것’이라며 ‘휴대폰 보고 어떻게 우냐’, ‘뒤에서 헛짓거리 한 것 같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선수는 고인과 자신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처벌 1순위로 주장 선수를 지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팀닥터에 대한 추가 폭로도 나왔다. 이 선수는 “팀닥터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져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겠다’고 까지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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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으로, 소속팀 감독과 팀닥터,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사진. 최 선수 유족 제공


◆감독·가해 선수들은 “폭행한 적 없다”고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트라이애슬론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 침해 관련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참석한 경주시청팀 김규봉 감독과 선배 선수·남자부 선수 등은 최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를 모두 부인했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선수가 폭행당한 것을 몰랐던 부분의 잘못은 인정한다”며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취지로만 답했다. 최 선수 동료들이 처벌 1순위로 꼽은 A 선수도 “폭행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통합당 이용 의원이 “고인에게 사죄할 마음이 없느냐”고 묻자 김 감독과 A 선수는 “마음이 아프지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감독은 외려 “선수가 맞는 소리를 듣고 팀닥터를 말렸다”고 주장했다.

문체위 소속 의원들은 이번 사건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팀닥터 한 명의 책임이라는 경주시체육회의 발표에 동의하느냐”고 문체부와 체육회를 겨냥한 뒤 “지금은 조사가 아니라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며,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검찰에 수사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검찰에도 은폐·축소 의혹 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최 선수가 지난 2월6일 경주시체육회에 진정서를 냈는데, 시체육회는 14일 이내에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결국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철인3종팀 해체라는데, 해체가 아니라 선수들에게 더욱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을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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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 감독(왼쪽부터)과 코치 A씨(당시 주장), 선수 B씨가 참석해 있다. 뉴스1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고인이 올해 1월 경주시청에서 부산시청으로 팀을 옮긴 뒤 전 소속팀에서 당한 폭행·폭언 고발을 막으려 했다던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부산시청 감독이 해당 내용 공개를 꺼린다는 내용을 담은 전화 녹취록을 공개했고, 부산시청 감독은 “고인이 경주시청에서 맞은 일은 전혀 몰랐으며 그런 일을 세상에 알린다면 응원하겠다고 말했고, 공개를 막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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