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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고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피해 신고 후 4개월, 침묵하고 시간 끌고…모두 상식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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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두 달 동안 사실상 방치

시체육회장 ‘감독 문제없다’ 입장

기소의견 송치 후 검찰서도 ‘감감’

협회는 장례식장서 본격 조사 착수

[경향신문]

경향신문

답답한 대답…눈물의 질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왼쪽 사진)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철인3종경기 가혹행위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핸드볼 선수 출신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은 자신의 질의 순서가 끝난 뒤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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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6일 고(故) 최숙현 선수가 처음 폭행과 가혹행위를 경주시청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어떤 조치도 따르지 않자 두 달이 지난 4월 초 대한체육회와 체육회 내 스포츠인권센터에 다시 진정서를 냈다. 대한철인3종협회에는 지난달 22일 처음 접수됐다. 하지만 대답 없는 기다림은 결국 절망으로 변했고, 최 선수는 같은 달 26일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협회가 정식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경주시 체육회에서 2개월간 조사가 지체된 과정이 우선 의문시된다. 관리·감독의 주체인 경주시는 비상식적으로 운영되는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에 어떤 견제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일에야 운영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감독을 처음으로 소환했다. 여준기 경주시 체육회장은 운영위 직후 “감독은 문제가 없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여준기 회장은 지난 4월 대한체육회 지회인 245개 지방체육회의 첫 민선 회장으로 선출된 인물이다.

상식 밖의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 5월 경주 경찰이 감독 등 4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흘렀지만 경주시도, 검찰에서도 아무런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애타는 시간만 흘렀다.

청와대도 엄중한 사안으로 주시하고 있다. 합리적 의심도 제기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경주시 체육회장의 발언이나 경북체육회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며 “지방체육회 회장은 말하자면 지역의 세몰이로 된 분들 아닌가. 관련자들 사이에 서로 무마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긴다”며 지역 토착비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체육회에서도 두 달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지나갔다. 수사권 부재의 한계가 드러났다. 한 체육회 관계자는 “경주 경찰에 연락을 계속했지만 ‘나중에 연락하겠다’ ‘조사 중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변호사와 함께 오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했다. 경찰 출신의 대한체육회 조사관은 체육회 정식 직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움직임에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로 협회에서도 조사 지원 인력을 1명 파견했다.

협회가 고 최숙현 선수 관련 조사에 본격 착수한 것은 장례식장에서였다. 협회 관계자는 “관련 피해 선수들의 증언을 장례식장에서야 들었다. 그 자리에서 최 선수의 아버지가 선수들을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늦어진 조사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협회의 축소나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최근 보도에서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증언을 받았다고 했는데, 사실무근”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수집한 증언이 증거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정상 국가대표 선수는 중앙 체육회에서, 지역 체육회 소속은 시·도 체육회에서 조사하도록 돼 있다. 대한체육회에 접수됐다면 경북체육회에 이관돼 먼저 조사할 사안이 맞다”고 했다. 그렇지만 협회는 여론이 뜨거워지자 공정위를 곧바로 열기로 했고, 이 역시 9일에서 6일로 앞당겼다.

다른 협회의 한 관계자는 “트라이애슬론 재정 형편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고 귀띔하며 선 징계를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만에 하나, 무죄로 드러났을 때 법적 소송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걱정스러웠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성폭력을 근절하자는 목소리와는 달리 누구도 도움의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아무도 도울 의지가 없는 가운데, 4개월의 시간 동안 고 최숙현 홀로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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