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의 왕국”
소속팀 감독과 선배 선수들의 폭행·폭언에 시달리다 지난달 말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 뉴시스 |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경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최 선수의 동료 피해자 및 목격자들의 공개 증언이 잇따르면서 검찰은 소환조사 등 강제수사 돌입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양선순)는 6일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이뤄진 최 선수 동료들의 기자회견에 주목하고 내용 전체를 입수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최 선수가 속했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함께 뛰었던 현역 선수 2명이다.
선수들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며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들의 기자회견 내용이 기존에 알려진 폭행·폭언 등 가혹행위 정황과 대체로 일치하는 만큼 폭행·폭언 혐의 입증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6년 최 선수가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억지로 먹는 이른바 ‘식고문’을 당한 사안,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사안, 2019년 3월 복숭아를 먹었다는 이유로 감독과 일명 ‘팀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폭행을 당한 사안 등이다.
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SNS 캡처 |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가운데 이른바 ‘팀닥터’로 알려진 A씨는 직책과 달리 의사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심지어 물리치료사 자격증도 없다는 점에서 검찰은 어떻게 A씨 같은 인물이 정식 스포츠팀의 ‘팀닥터’가 될 수 있었는지 그 경위를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소속 팀 측은 “A씨가 미국에서 의사 면허를 땄다고 거짓말을 한 정황이 있다”는 입장이다.
A씨는 최 선수가 지난달 말 극단적 선택을 하고 폭행·폭언 정황이 담긴 녹취록 등이 공개된 뒤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가장 먼저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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