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병소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소장
민병소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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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수술은 외과 의사의 새로운 무기다. 칼·카메라 등 수술 도구를 결합한 로봇 팔은 의사의 손과 눈을 대신한다. 수술 부위를 열 배 이상 확대해 보고 좁은 공간에서 세밀한 조작이 가능해 혈관·신경 등 조직 손상 위험이 낮다. 출혈·통증, 기능 장애와 같은 후유증 위험을 최소화해 현재로써 가장 진화한 수술법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로봇 수술의 ‘메카’다. 15년간 갑상샘·위·간·전립샘 등 전(全) 진료과에 로봇 수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며 세계 로봇 수술 발전을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병원에서 열린 ‘국제 로봇 수술 LIVE’에는 의료진의 수술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21개국, 500여 명의 관계자가 몰렸다. 민병소(47) 로봇내시경수술센터 소장은 “유럽·일본에서 활약하는 로봇 수술의 대가(大家)들도 세브란스병원의 트레이닝을 받았다”며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로봇 수술계가 ‘K-서저리(surgery·외과 수술)’를 주목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이 세계 로봇 수술계를 리드하게 된 배경은.
“2005년 국내 최초로 로봇 수술을 도입할 때만 해도 미국에서조차 전립샘 등 제한된 분야에서만 로봇을 활용했다. 카메라로 보며 수술하는 것은 복강경과 비슷하지만, 로봇은 팔의 각도·깊이 등 조작 방식이 전혀 달라 수술법을 새로 익혀야 한다. 우리 센터는 초기부터 모든 진료과가 의욕적으로 로봇 수술 적용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도전해 왔다. 그 결과 세계 첫 갑상샘·위암의 로봇 수술에 성공하는 등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고 세계가 주목하는 의료기관으로 성장하게 됐다.”
-세계 첫 ‘흉터 없는’ 로봇 수술에도 성공했다.
“과거 목에 생긴 암(두경부암)은 귀 아래쪽을 절개해 턱을 드러낸 후 종양을 제거했다. 크기와 관계없이 암 치료를 위해 광범위한 절제가 불가피했다. 반면에 움직임이 자유로운 로봇 팔을 이용하면 입으로 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암을 제거할 수 있다. 흉터 없는 두경부암 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이런 로봇 경구강 절제술을 시행한 곳 역시 우리 병원이 세계 최초다.”
-단일공 로봇 수술기(다빈치SP)도 가장 앞서 도입했는데.
“다빈치SP는 이전의 로봇 수술 장비(다빈치Xi)와 달리 하나의 구멍을 통해 수술이 가능하다. 입으로 접근하는 두경부암 수술이 훨씬 수월해졌고 여성 환자가 많은 갑상샘·유방암 수술도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다빈치SP는 절제 범위가 작은 조기암 치료에 활용도가 높다. 처음 로봇 수술을 도입했을 때처럼 단일공 로봇 수술도 적응증 확대와 표준 술식 개발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 수술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2009년 본원에 문을 연 국제 로봇 수술 트레이닝 센터에서 준비부터 실습까지 수술 전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유럽 등 38개국 2100여 명의 의료진이 우리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최근 1년간 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 7개 국가가 트레이닝 센터 도입을 위해 협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밖에 매년 개최하는 ‘국제 로봇 수술 LIVE’를 통해 새로운 수술법 등 관련 정보를 교류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 로봇 수술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손해 아닌가.
“교육은 대학병원 의사의 사명이다. 병원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많은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센터 의료진 모두가 ‘세계 최초 로봇 수술 2만 건 돌파’란 타이틀보다 ‘세계에서 로봇 수술 교육을 가장 많이 한 기관’이라는 데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
-로봇 수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는데도 오히려 로봇 수술을 선택하는 게 환자 입장에선 손해인 상황이다. 대만의 경우 로봇 수술도 복강경 수술과 동일한 비용을 지원해 환자의 선택지를 넓힌다. 아울러 로봇 수술의 저변을 확대해 의료기기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 발전까지 꾀하고 있다. 발전된 기술은 수술의 진화를 이끌고 새로운 의술은 기술 발전을 견인한다. 로봇 수술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길 바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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