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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마주앉을 필요 없다’는 북한…비건, 반전 메시지 던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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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비건 부장관, 내일 2박3일 방한]

노동신문 ‘화성-14형’ 특집기사

미국 향한 비난·적개심 피해

대화 거부 아닌 ‘행동 촉구’ 해석


한겨레

2018년 9월15일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하기 위해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는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같은 해 1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6월11일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를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로 들어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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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7일 방한해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인사들을 두루 만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이 가져올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북한이 지난 4일 ‘최선희 담화’에서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것이 이목을 끈다. 하지만 같은 날 북한이 3년 전 미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던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도 대미 비난을 의식적으로 자제한 점 등으로 미뤄, 담화의 핵심 역시 ‘대화 거부’가 아니라 ‘실질적 행동 촉구’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비건 부장관은 7일부터 2박3일 동안 한국에 머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외교부 고위 인사들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미 대화도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비건 부장관을 만나 집권 후반기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고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비건 부장관의 대북 메시지는 방한 기간 예정된 약식 기자회견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만큼 전향적인 메시지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북한의 반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4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된 담화에서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목할 대목은 최선희 담화가 발표된 날 <노동신문> 1~3면에 2017년의 ‘화성-14형 발사 성공’을 다룬 12건의 특집기사를 실으면서 미국을 향한 비난이나 적개심 고취를 피했다는 점이다. ‘화성-14형’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미국을 향해 드러내고 싶은 ‘다른 속내’가 있다는 뜻이다.

‘최선희 담화’는 “삭막하게 잊혀져 가던 ‘조미수뇌회담’이라는 말이 며칠 전부터 화제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러고선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는 미국과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 조미대화를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 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최선희 담화’의 북-미 대화 거부는 무조건적·전면적이지 않다. “적대시 정책”을 문제 삼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용 ‘도구’로 악용될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쪽에 가깝다. 지난달 30일 한 강연에서 “양쪽이 가고 싶어한다고 믿는 방향으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낼 시간이 아직 있다고 믿는다”고 한 비건 부장관을 향해 ‘우선 만나자’는 식의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말이 아닌 ‘행동’의 촉구인 셈이다.

<노동신문> 특집은 “지금이야말로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대업을 성취해나갈 책임적인 시기”라며 “개발창조형 공업” “전사회적으로 (이윤 등) 숫자를 중시하는 기풍” “지역별, 부문별, 단위별 사회주의 경쟁” 따위를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5일치에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한 ‘국가비상방역’ 강화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독려하는 사설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심 관심사를 드러내는 지점이자, ‘한반도 평화 과정’ 재추진의 잠재적 동력이 놓인 자리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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