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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팩플] 첩약도 건보 적용?···'반값 한약'에 양·한방 의사들 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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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역량을 쏟아야 할 요즘 의료계가 단단히 뿔났다. 이른바 ‘반값 한약’ 논란 때문이다. 급기야 “K 방역이 의사들의 파업으로 파국에 이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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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한빛광장에서 열린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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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오랜 양·한방 갈등에 최근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발단은 ‘첩약 급여화’다. 첩약은 여러 약재를 섞은 뒤 달여 악봉지(첩)에 싼 한약을 말한다.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3년간 연간 500억원을 들여 첩약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100% 내 돈 주고 먹는 한약 값의 일부를 건보로 대주겠다는 것이다.

·우선 수요가 많은 월경통(생리통)과 안면 마비(구안와사), 뇌졸중 등 3개 질병 치료에 쓰이는 약을 대상으로 한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추진 이유는 “보장성 강화 차원”이다. 많이 쓰는 치료법이나 약물에 보험 혜택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의원(52.7%)과 한방병원(34.9%)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평균(63.8%)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오진희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중풍이나 안면 마비는 초기 1~2년간 한방치료를 병행할 경우 회복이 빨라 향후 건보 재정을 덜 쓰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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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한빛광장에서 열린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대형 약탕기 모형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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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무슨 상관인데?



·침이나 뜸, 부항, 추나요법과 달리 첩약은 현재 비급여다. 보험이 안 되니 비싸고 한의원마다 가격도 제각각이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통상 치료용 첩약 10일 치(20첩) 평균 값(관행 수가)은 23만9000원 수준이다.

·한약을 찾는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뇌혈관질환 후유증으로 15만명, 안면 마비로 20만명 정도의 환자가 한약 처방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의원 등에서 처방한 첩약 건수는 2014년 1억500만첩에서 지난해 1억1900만첩으로 증가했다.

·환자는 늘어나는 데 보험이 되지 않아 한의원의 문턱이 높다는 불만이 나온다. 2017년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한의 분야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2명 중 1명 꼴(45.7%)로 건보 적용 확대를 꼽았다. 그 중 첩약(55.2%)이 1위였다.

·첩약 급여화가 되면 환자 부담은 일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 기간엔 환자 1명당 1년에 한 번, 10일 치 첩약에 대해서 지원한다. 본인 부담률은 50% 안팎이 될 확률이 높다. 20만원 넘던 월경통 치료 첩약 값이 10만원 안쪽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오진희 과장은 “건보 체계로 들어오면 일정 부분 가격 통제가 되기 때문에 (건보가 되는) 10일 치 먹고 약을 더 짓더라도 이전 비급여 때처럼 비싸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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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방이 첩약 급여화를 둘러싸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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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알아야 해



코로나19와의 전장에 있어야 할 의사들이 “사업 백지화”를 주장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총파업도 불사할 태세다.

·의료계는 가뜩이나 건보 재정이 바닥을 보이는데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약에 1조원 넘는 나랏돈을 쓰는 게 맞냐고 반발한다. 신약도 오랜 시간 대규모 연구를 통해 문제가 없어야 건보 적용을 받는데 한약이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결의 대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포퓰리즘에 매몰돼 국민의 충고를 무시한다면 이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는 K 방역이 의사 총파업으로 파국에 이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일에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시범사업을 당장 없던 일로 하고, 별도로 한방 건강보험을 둬서 원하는 사람만 혜택을 보게끔 하자는 게 의사들의 요구다.

·한의계도 방어에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논평을 내 “진료 선택권 확대와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첩약 급여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의료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김경호 한의협 부회장은 “수백 년간 시장에 풀려서 이미 먹고 독성 연구도 돼 있는 한약재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검증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됐으며 한의사들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처방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의료계가 한의학의 발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면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가격·서비스 경쟁을 통해 의과 독점 해결에 도움된다. 한의학도 건보 체계 내에서 치료 의학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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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1일 보건복지부를 찾아 대의원 반대 서명지를 전달했다. 사진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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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정부는 오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 관련 안건을 상정한다. 여기서 최종 확정될 경우 이르면 오는 10월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오진희 과장은 “건정심에서 의결되면 8~9월에 참여 대상기관을 신청받은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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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한방 첩약 건강보험 적용 반대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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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엔 무슨 일이



·첩약 급여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도 있었다. 2012년 10월 당시 건정심에서 2013~15년 연간 2000억원을 들여 한시적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지만, 한의계 내부 사정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한의사가 아닌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의 참여 여부를 두고 내분이 일면서 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김경호 부회장은 “당시 무자격자 조제나 처방이 횡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번엔 한의사 진단을 전제로 한 처방이란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회원들의 찬성률이 63%로 나왔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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