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화들짝' 광주, 그 많던 결혼하객들이 안보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주전 수백명 뒤엉키던 예식장

50인이상금지 따라 하객 급감

주말 최대고비, 종교행사도 금지

조선일보

4일 오전에 결혼식을 하고 있는 광주시 서구 한 대형예식장의 모습이다. 50명을 넘지 않도록 좌석을 배치했다. /권경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일 오전 11시30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의 한 대형 예식장. 예식장 직원들이 출입문 앞에서 손소독제를 바르게 하고, 출입자명부에 이름과 연락처를 쓰게 한 다음, 발열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이 예식장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방문했던 곳이다. 하객을 맞이하는 2층에 올라가니 불과 20~30여명이 마스크를 쓴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앞 예식공간에는 원형테이블 18개에 의자를 2~3개씩 배치, 모두 50석을 넘지 않도록 해놓았다.

“하객은 50명 정도지만, 1000명이 참석한 것처럼 힘차게 박수쳐주세요.”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신랑, 이어 신부가 입장했다. 참석자들은 호응하기 위해 일부러 크게 박수치고 함성도 질렀다. 이 예식장은 불과 1주일전만에도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수백명의 하객이 한번에 뒤엉켜 “정말, 이래도되나”하는 탄식을 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그런 혼잡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객들이 식사하는 뷔페공간도 지난 주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내부식사공간은 두 곳으로 분리, 장소당 의자를 48석씩 배치했다. 예식장 직원은 “49번째 하객부터는 무조건 입장 시키지 않고, 답례품을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여성가족국과 구청 소속 여성 공무원 3명이 방역수칙 준수여부를 체크하고 있었다.

광주의 중심인 상무지구에는 대형 예식장들이 즐비하다. 주말 점심무렵이면 하객들과 차량으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던 대형예식장 주변 도로는 지난 주와 달리 신호대기 차량들이 거의 없었고, 예식장 주차장들은 한산했다. 호루라기와 지시봉을 불거나 들며 부산하게 움직였던 안내원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불과 1주일 사이, 예식장 풍경이 확 바뀌었다.

최근 두달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광주에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8일간 63명이 나오면서 초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지난 2일부터 (오는 15일까지 2주간) 적용하고 있다. 광주시는 주말을 ‘최대 고비’로 판단, 실내 50인 이상과 실외 100인 이상 모임을 전면금지조치하고, 현장에서 이행여부를 지도단속하고 있다.

일요일에는 각종 종교집회가 예정돼 있다. 광주시 북구 일곡중앙교회에서 3~4일 확진자 5명이 발생하자, 광주시는 지난달 27~28일 이 교회를 방문한 신도들을 집중 검진하고 있다. 4일 오후 2시 현재 868명을 조사, 863명이 음성판정을 받았다. 확진자가 발생한 교회는 이날 (오는 19일까지 2주간) 폐쇄되었다. 최근 광주에서 사찰과 오피스텔, 지하교회, 요양원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다 대형교회에서 감염자들이 나오자 광주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5일 예정된 종교집회에 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4일 오후 2시 브리핑을 갖고, “종교단체들은 이 시간 이후 모든 집합예배를 자제해달라”며 “집합예배 대신 온라인 예배, 가정예배로 대체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집합예배를 할 경우에는 50명 미만으로 제한하고, 마스크착용과 발열체크를 비롯한 출입명부작성, 간격두기 등 수칙을 준수토록 요청했다. 광주시는 예식장의 경우 처럼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지도단속키로 했다.

광주의 경우 4일 현재 누적확진자는 96명이다. 지난달 27일부터 발생한 확진자는 63명이다. 주요 감염지는 광륵사(사찰), 금양오피스텔(해피뷰병원, SKJ병원 포함), 광주사랑교회(아가페실버센터, 한울요양원 포함), 일곡중앙교회 등이다.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최초 감염원 추적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조사하고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며 “일상생활에서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해야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날 재난문자를 통해 “이번주말 불요불급한 외출과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예식장, 장례식장, 교회 등), 각종 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꼭 지켜달라”고 했다.

[권경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