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보고 크게놀기]"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 서울대 석사 논문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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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시장에서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은 50.9%를 기록했고 코스닥시장은 무려 84.6%에 달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항상 기관이나 외국인에 미치지 못한다. 항상 지수상승은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가 주도하고 개인투자자는 막판에 따라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논문은 로알매매방(가명)에 입실한 개인 전업투자자를 대상으로 개인투자자가 어떤 경험과 과정을 통해서 실패를 겪고 결국 매매방에서 나갈 수 밖에 없는지를 분석했다.
먼저 개인투자자가 실패하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논문에서는 개인투자자가 실패하는 과정을 초심자의 행운, 자금투입, 물타기의 세 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 초심자의 행운
처음에는 무슨 일이든 조심스럽게 하기 마련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에 대한 두려움과 손실 가능성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투자 역시 처음에는 적은 금액을 투자해서 밑밥을 던져본다.
◇2단계: 편향이 만든 성공의 신기루와 자금 투입 확대
2단계는 1단계에서 적지만 달콤한 수익을 맛본 개인투자자가 더 큰 수익을 바라며 투자 자금을 급격히 불리는 단계다. 1단계에서 투자에 대한 생소함과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최소한의 자금만 투입했지만, 2단계에선 더 큰 수익을 꿈꾸며 투자 자금을 늘려 나간다.
논문은 이때 개인투자자가 과신편향(Overconfidence Bias)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첫 성공을 거둔 개인투자자가 성공 원인을 운보다는 자신의 실력으로 돌리고 투자성공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가진다는 것이다.
◇3단계: 물타기
대부분의 개인투자자가 실패하는 이유는 손절매를 못해서다. 자신의 투자가 실패했을 때, 실수를 인정하고 손실을 확정해야 하는데도 그대신 은행적금, 카드론, 주택담보대출까지 땡겨서 물타기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 종목에 투자 인생을 ‘올인’하는 셈이다. 물타기가 성공할 때도 있다. 문제는 단 한 번의 물타기만 실패해도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는다는 데 있다.
결국 6~7할의 승률을 가진 개인 투자자도 단 한 번의 거래에서 크게 손실을 보면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바뀌게 된다. 논문에서는 이런 행위를 몰입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판단이나 의사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 후에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추진하는 현상이다.
◇실패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석사 논문는 로알매매방 개인 전업투자자의 실패 이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실패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도 소개했다.
우선, 작전세력의 역이용이다. 작전세력에 의해 주가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역이용해서 다른 개인들이 몰려들기 전에 매수하고 주가가 하락하기 전에 매도해서 수익을 취하는 것이다. 개미가 아닌 작전세력의 관점과 시야에서 매매하는 전략이다.
두 번째는 금욕주의 가치관의 내면화다. 이는 정신적인 대처법으로 절제와 겸손을 내면화하려는 노력이다. 욕심이야 말로 세력의 작전에 걸려드는 미끼이자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깨달은 후 참을 ‘인’자를 책상 앞에 붙인 개인투자자도 있다.
세 번째는 매매원칙의 수립이다. 금욕주의 가치관을 내면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다. 투자자마다 매매원칙이 다르지만, 개인 전업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매매원칙은 손절매다. 특히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개인투자자일수록 일확천금을 노리는 욕심을 경계하고 손절을 하기 싫어도 사전에 설정한 손절매 원칙을 지킨다.
개인 전업투자자는 직장을 다니면서 투자하는 대다수 개인투자자와는 다르지만, 논문에서 다룬 개인 전업투자자의 실패를 보고 배울 것들이 많다.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zorba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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