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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지독한 차별에 맞선 ‘꿈의 나라’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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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오, 할리우드>


한겨레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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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미국,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잭 카스텔로(데이비드 코런스웻)는 배우가 되기 위해 꿈의 도시 할리우드로 향한다. 지나가는 단역 하나에도 수백명의 지원자가 모여드는 치열한 세계 속에서 인맥은커녕 연기 훈련 경험조차 없는 잭이 배역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내의 출산은 다가오고 생활비도 떨어져갈 무렵, 할리우드의 ‘뚜쟁이’로 유명한 어니 웨스트(딜런 맥더멋)가 잭에게 접근해 온다.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을 팔기 시작한 잭은 어니의 가게에서 작가 지망생 아치 콜먼(제러미 포프), 전직 배우이자 유명 스튜디오 대표 부인인 에이비스 앰버그(패티 루폰) 등 훗날 영화사를 뒤흔들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올해 상반기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 할리우드>는 2차 세계대전 직후 군수산업 중심지에서 영화산업 중심지로 급성장했던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이다. 전체적으로는 허구의 세계이지만, 전설적인 미남 배우 록 허드슨,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최초의 중국계 미국인 여성 배우 애나 메이 웡,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흑인 여성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해티 맥대니얼 등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 실존 인물들의 사연을 역사의 기록에 맞춰 사실대로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재구성한다는 데 있다.

한겨레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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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록 허드슨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혔다면 할리우드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애나 메이 웡이 영화 <대지>의 ‘첩’ 역할이 아니라 자신의 바람대로 주연을 제안받았다면 어땠을까. 역사적인 기록을 세우고도 재능을 온전히 발휘할 차기작을 만나지 못한 해티 맥대니얼이 후배 흑인 여성 배우들의 멘토가 될 수 있었다면? 말하자면 <오, 할리우드>는 이 같은 질문을 기초로 새로운 답을 써 내려간 대체역사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는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어닥치기 직전의 미국에서, 여성·소수인종·성소수자들이 당당하게 차별과 맞서 싸우며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는 지극히 동화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꿈의 나라’의 위선과 허구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거둔다.

“영화는 지금의 세상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앞으로 닥칠 세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영화를 만든다면 용기를 내서 관객에게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면 세상이 바뀔 거라고 봅니다.” 극 중 동양계 미국인 감독이라는 틀을 넘고 싶었던 한 인물의 대사가 말해주듯, <오, 할리우드>는 과거를 빌려 진보한 미래의 빠른 도래를 기원하는 이야기다. 비주류 집단이 뭉쳐 만들어낸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오르는 대목에서는, 지난해 아카데미를 휩쓸었던 <기생충>의 빛나는 순간이 떠오르기도 한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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