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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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에게 지옥 같았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의 실세는 감독도, 팀 닥터도 아닌 베테랑 A선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철인3종을 대표하는 선수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건 A선수는 3일 본보 취재 결과 최 선수를 폭행했던 팀 닥터 영입부터 후배 학대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종목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감독과 팀 닥터만 조명되고 있는데, 사실 그 선수가 여기(경주시청) 주인”이라고 폭로했다.
최 선수가 남긴 녹취록 정황상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던 인물들은 감독과 팀 닥터로 추정됐다. 특히 팀 닥터는 폭행을 주도적으로 했고, 감독은 이에 장단을 맞췄다. 이들은 지역 선ㆍ후배로 알려져 있어 감독이 팀 닥터를 개인적으로 데려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팀 닥터는 A선수의 주장으로 경주시청에 자리잡은 걸로 드러났다.
경주시 체육회 관계자는 “A선수가 경산에서 그 팀 닥터에게 치료를 받은 뒤 그의 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며 “이 과정에서 감독의 개입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에게 A선수가 치료를 받아보니 괜찮다는 판단이 들어서 함께 전지훈련도 가게 됐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A선수는 또 최 선수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선수 두 명의 추가 피해 진술을 확보한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피해자들이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하고,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서 스스로 자살하도록 만들겠다'는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용 의원 측은 “현재 관심이 팀 닥터한테 쏠려 있는데, 최 선수는 A선수에게 더 많이 맞았다”고 덧붙였다. 철인3종 관계자 또한 “A선수가 선수들을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가서 뛰어내리라 협박했다”고 거들었다. 심지어 감독은 A선수가 최 선수를 괴롭히는 걸 알고도 방조하고, 오히려 선배에게 괴롭힘 당하던 최 선수의 뺨을 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선수의 영향력은 선수단 숙소에도 미쳤다. 팀은 경주시청 소속이지만 선수단은 경산에 숙소를 두고 훈련을 해왔고, 경주시는 보조금을 지원해줬다. 그런데 이 숙소는 A선수 소유의 빌라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3, 4층을 남자 선수, 여자 선수가 분리해서 지냈다.
A선수의 입지는 2일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경주시체육회는 선수단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감독을 직무 정지시키면서 폭행에 연루된 선수 2명은 선수가 폭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징계를 미뤘다. 이들에 대한 징계 처분은 사법기관 판단 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A선수와 최 선수는 나이가 10살 가량 차이 난다. 둘이 함께 여행도 갔을 정도로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며 A선수의 폭행을 부인했다. 본보는 A선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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