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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K방역 성공한건…`빡빡한` 문화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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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에서는 본인 건강을 위한 것도 있지만, 남의 눈치 때문에도 코로나19 방역에 열심이다. 대중교통 이용 승객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난달 26일 전에도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다들 마스크를 썼다. 확진자 동선 공개도 비슷한 맥락에서 국민을 방역에 동참하게 했다. 어디 가서 뭘 했는지 낱낱이 밝혀져 손가락질 받는 게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무서웠던 한국인은 스스로 위생을 철저히 하고 외출을 자제했다.

심리학자 미셸 겔펀드의 신간 '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는 사회'에 비춰 보면 한국은 전형적인 '빡빡한(tight) 문화' 사회다. 저자는 모든 문화를 사회 규범의 강도가 강한 '빡빡한 문화'와 그렇지 않은 '느슨한 문화'로 나눈다. 빡빡한 문화는 규칙이 많고 단속이 엄격해 체계가 잡혀 있고 질서 정연하다. 구성원들이 공통된 시각과 경험을 갖고 있어 상호 협력이 수월하고 자제력이 강하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느리다.

반대로 느슨한 문화에선 규칙보다도 개인 자율성이 중시된다. 변화에 열려 있고 창의적이지만 예측 불가능하고 무질서하다. 자제력과 협동심도 낮다. 이 문화의 대표 주자는 미국이다.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일부 시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긴급 명령에 나서자 시민들은 '헌법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마스크를 쓸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며 이를 국가가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건 미국 건국정신에 반한다는 것이다.

'빡빡함'과 '느슨함'의 교류는 분열과 충돌을 야기한다. 독일 자동차 회사 다임러와 미국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가 합병했을 때 서로 다른 조직문화 때문에 제대로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갈라선 게 대표적이다. 이를 비롯해 저자는 우리 삶의 많은 순간을 이 두 가지 코드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회의실과 협상 테이블부터 시작해 침실과 저녁 식탁에 이르기까지 이 문화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책은 삶 깊숙이 스며든 '빡빡함'과 '느슨함'의 위력을 이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피임을 늘리기 위해 케냐에서 수세기 동안 이어진 빡빡한 성별 규범을 느슨하게 만든 국제구호단체 케어 등을 그 사례로 든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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