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등의 폭행과 갑질에 못이겨 23세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청소년·국가대표 출신 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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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철인3종협회가 고(故) 최숙현 선수의 폭행ㆍ가혹 행위 피해를 지난 2월에 인지했지만 “아무 일 없다”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말만 믿고 사건을 덮었다는 주장이 3일 제기됐다.
미래통합당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진상규명 및 체육인 인권 보호 TF’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 선수 사건과 관련해 이영열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김승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이재근 대한철인3종협회 사무처장 등을 불러 간담회를 진행했다.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게도 출석을 요구했지만 불참했다.
TF 위원장인 이양수 통합당 의원은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철인3종협회가 이미 2월부터 해당 사건이 문제가 돼 경찰에 넘어갈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새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와 철인3종협회 등에 신고 및 진정서를 접수한 4월 8일보다 약 두달여 앞서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최 선수에게 피해 사실을 묻거나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관련 TF 구성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TF 위원으로 김석기, 이양수, 김웅, 정희용, 배현진, 김예지, 김승수, 이용이 참여할 예정이라 밝혔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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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에 따르면 협회는 경주시청팀 감독에게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감독은 “그런 사실이(폭행 및 가혹 행위) 없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감독의 말만 믿고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때 적절한 대응과 적극적인 조치가 있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TF는 철인3종협회가 책임을 덜기 위해 2월에 사건을 인지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숨겼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간담회 처음엔 (2월에 사건을 인지했는지를) 모른다고 부인했는데, 이용 의원이 이미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에서 그에 대해 질문을 계속하자 그제야 2월부터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관계 기관의 대응 과정 전반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김승수 통합당 의원은 “최 선수 진정에 대해 최대한 감추려는 태도를 보였고, 대한체육회와 경찰 간 정보공유가 전혀 안 됐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여기서 한 얘기를 다른 데서 또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심리적 압박과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의원은 “대한체육회 인권센터 조사관이 최 선수에게 증거 제출을 요구하니까 최 선수가 ‘이거 다 제가 해야 하는 건가요?’라고 조사관에게 반문했다고 한다”며 “정부 기관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신고해봐야 소용없다는 인식이 선수들 사이에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TF는 최 선수 외 추가 피해자들에 대한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용 의원은 이날 오전 본지와 통화에서 “이틀 전 추가 피해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파악된 추가 피해자만 8명에 달한다”며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 스포츠계 폭력을 뿌리 뽑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사과하는 김승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건에 관한 경위보고를 받기 위해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를 찾았다. 경위 보고에 앞서 김승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왼쪽)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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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사례와 같이 폭력과 관련한 사건이 이슈가 될 때는 온갖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때뿐”이라며 “8월 출범할 스포츠윤리센터도 예산과 인력이 줄어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 이런 점도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최 선수 사태와 관련해 6일 상임위 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문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제의식이 부족한 지자체와 체육계, 소위 힘 있는 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한 사람의 생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청문회 등을 추진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회견문은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지낸 임오경 의원이 낭독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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