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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합병 관여 부인하는 이재용, 4년 전엔 “단계별 보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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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수사

국정농단 수사 때 검찰 출석해

“합병 보고받고 질문·토론도 했다”

국민연금 등 주주 설득작업도 인정

올 5월엔 “미전실이 알아서 했다”며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없다 말바꿔


한겨레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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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수사에서 “합병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거 국정농단 사건 조사를 받을 때는 “단계별로 보고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박근혜-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2016년 11월13일 참고인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았다. 당시 특수본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출범을 앞두고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으려고 최씨 일가에 뇌물을 건넨 의혹을 집중 수사하고 있었다. 특히 특수본이 주의 깊게 들여다본 대목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이 부회장이 얼마나 관여했는지였다. 이 부회장은 ‘합병 경과가 이 부회장에게 지속해서 보고되고 승인받아 진행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단계별로 보고를 받고, 거기에 질문도 하고, 토론도 했다”는 내용으로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5월27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검찰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옛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알아서 했을 뿐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합병 관련해 이 부회장이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입장이 아니라 팩트”라고까지 말했다. 4년 새 합병의 지시·보고를 둘러싼 이 부회장의 태도가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특수본 조사에서, 삼성물산 주식 11.12%를 보유해 합병 성사의 열쇠를 쥐고 있었던 국민연금공단 로비 의혹과 관련해선 ‘설득은 있었다’고 인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연금의 찬성을 끌어내려고 그룹 차원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와 관련해 그는 “전국에 있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한 것은 맞다. 사회 여러 분야의 사람은 물론 국민연금 쪽에도 직원이 설명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보고받지 못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삼성 쪽의 말바꾸기 정황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는 2018년 금융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부채와 관련해 “회계법인의 조언을 얻어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회계법인인 삼정 쪽이 삼성바이오의 은폐로 콜옵션 조항을 온전히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내부문건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 삼성 쪽은 에피스의 2015년 회계처리가 바이오 복제약 개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삼성바이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동중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바이오 복제약 개발은 급조한 이벤트이고 당시에는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중요 이벤트로 여겼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정필 임재우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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