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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반도체 메모리 패러다임 완전히 바꾼다...'끝판왕' 이론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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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UNIST 교수팀 이론 연구...상용화 가능성 높아

이론연구로는 이례적으로 사이언스지 게재

원자간 상호작용 소멸로 기존 공정 한계 극복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초집적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이론입니다. 이미 쓰이는 반도체 물질의 원자에 바로 정보를 저장해 집적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원자를 쪼개지 않는 한 현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집적 저장 기술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는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연구의 파급력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교수팀은 메모리 소자의 용량을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산화하프늄(HfO2)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내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3일 오전 4시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데일리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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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산화하프늄(HfO2)은 실리콘 친화적인 물질이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바로 집적 가능하다”며 “물질 원리만 알고 간단히 합성 방식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순수 이론이지만 사이언스지의 관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10 나노미터 수준에 멈춰선 메모리 소자의 단위셀 크기 한계를 단숨에 0.5 나노미터까지 축소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의 메모리 소재 원리를 발견한 것이다. 이론을 적용하면 원자에 직접 정보를 저장하고, 기존 메모리 소재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작은 크기의 반도체와 초집적·초저절전 인공지능 반도체 구현에 응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원자들 간 강한 탄성 상호작용으로 원자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반도체 공정이 수십 나노 공정 이하로 내려갈 경우 모든 반도체가 저장 능력을 상실하는 ‘스케일 현상’을 피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강유전체 메모리 공정은 약 20나노, 플래쉬 메모리 공정은 10나노 선폭에 멈춰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준희 교수 연구팀은 산화하프늄이라는 반도체에 특정 전압을 가하면 원자를 스프링처럼 강하게 묶던 상호작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전압이 원자들 사이 상호작용을 끊어주는 자연차폐막이 형성되는 현상을 이용해 마치 진공에 있는 것처럼 반도체 안에 존재하는 산소원자 4개씩을 개별적으로 바꿔 메모리 소재로 응용하도록 했다.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적어도 원자 수천 개 이상이 모여 만든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도메인이 필요하다는 기존 이론과는 달리 도메인 없이 0.5 나노미터에 불과한 개별 원자 4개 묶음에 정보를 저장하고, 일반 반도체에서도 단일원자 수준의 메모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즉 원자 1개를 1비트의 매개로 써서 기존 평면 메모리 대비 1000배 이상 집적도를 높이고, 500테라바이트급 반도체의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이 교수는 “산화하프늄은 산화물로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 공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질”이라며 “상업화 적용 가능성이 높고, 파급력도 클 것으로 예상돼 국내 유수 대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자체적인 연구소도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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