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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윤석열 사표내는 일 없을 것" 대검 검사들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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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수사지휘권 발동] 대검 검사들 긴급회의 "총장지휘권 박탈은 위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서 손을 떼고 지휘권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넘기라고 지시하면서 윤 총장에게 '벼랑 끝 압박'을 가했다. 이날 지휘권 발동에 앞서 대검과 법무부 간에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아닌 중립적인 인물로 특임검사를 임명해 파국을 피하자'는 물밑 교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 장관이 '2차 지휘권 발동'을 강행함으로써 이 조율은 깨진 셈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두 번째 지휘권 행사를 '남아 있어도 식물총장이 될 것'이란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했다. 대검은 이를 '노골적 자진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선일보

2일 추미애 법무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서 손을 떼고 지휘권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넘기라고 지시하는 지휘권을 발동한 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대검은 일단 윤 총장이 3일 소집했던 전문수사자문단회의는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현 상태에서 수사자문단과 관련한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수용한 것은 아니라는 게 검찰 측 반응이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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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 총장 주변에서는 "김종빈과 윤석열은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2005년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지휘권 발동을 수용하고 사표를 던진 김종빈 전 검찰총장과 달리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이번 지휘권 행사를 자신의 거취와 연결시키진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대검은 일단 3일 윤 총장이 소집했던 전문수사자문단회의는 연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검 관계자는 "오늘 상황 때문에 물리적으로 열기 어려운 것이다. '중단'도 '보류'도 아니다"라고 했다. 현 상태에서 수사자문단과 관련한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수용한 게 아니라는 취지였다. 윤 총장은 3일 전국 고검장, 지검장 회의를 열고 여론을 더 수렴키로 했다. 그 자리에선 '중립적인 특임검사 임명'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검사 다수 "위법·부당한 지휘" 비판

대검 간부들은 2일 오전부터 추 장관이 내놓을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포문을 먼저 연 곳은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였다. 이 위원회는 오전 10시 30분 "대검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긴급권고'를 발표했다. 이로부터 1시간 20분 뒤인 11시 50분, 추 장관은 A4 용지 3장으로 된 '수사 지휘' 문건을 PDF 파일 형식으로 언론에 배포했다. 법무장관이 총장 지휘 내용을 외부에 그대로 공개하는 건 검찰 역사상 처음이었다.

윤 총장이 이날 오후 주재한 대검 부장·국장회의에서 모 부장은 발언 도중 "총장이 중립적으로 못한 것을 되돌아 봐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총장이 이번 사건 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이나 다른 참석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은 그런 지적에 대해 '지휘 방식 중 하나를 택했을 뿐이고 총장이 지휘를 안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했다.

윤 총장 없이 대검 기획관·선임연구관 30여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참석자의 80~90%가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내용이 '위법·부당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특히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라고 한 부분에 대해 "총장의 직무권한을 규정한 검찰청법 12조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장 지휘 거부한 이성윤도 감찰해야"

추 장관은 지휘 공문에서 '(검·언 유착) 의혹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가 제시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잘됐다는 이 부분에 대해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실제 수사팀이 지난 17일 채널A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보고하자, 이를 검토한 대검 형사부 과장 2명과 연구관 3명 전원은 '구속은 차치하고 죄가 성립하는지도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이 증거로 제시된 녹취록에서 필요한 극히 일부 내용만 발췌해 혐의 구성의 근거로 내세운 데 대해 "악마의 편집"이란 평가도 있었다고 한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내부 온라인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법무장관이 지휘를 한다면 당연히 현 수사팀이 아닌 다른 수사팀에 수사하도록 지휘를 했어야 한다"고 했다. 김수현 부산지검 부장검사는 "총장의 수사지휘를 거부하는 중앙지검장은 왜 감찰하지 않느냐"고 했다. 박철완 부산고검 검사도 글에서 "장관의 지휘가 (이렇게) 상세하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하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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