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지중해서 양국 해군 '일촉즉발'…프랑스 '바다의 수호자' 참여 중단 선언
시리아·리비아 문제로 갈등 심각…"두 동맹국, 지정학적 대결로 치달을 수도"
지난 2월 지중해 사이프러스 인근에서 작전하는 프랑스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에서 함재기 라팔이 이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터키의 적대적 행위에 반발해 나토의 지중해 안보작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터키의 시리아 쿠르드민병대 공격과 리비아 내전과 관련한 갈등을 계기로 나토의 동맹국인 두 나라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는 나토의 지중해 안보·대테러 해상작전인 '바다의 수호자'(Sea Guardian) 참여를 당분간 중단한다는 방침을 최근 나토에 통보했다.
프랑스는 터키의 최근 행동을 두고 제기된 우려에 대해 만족할 만한 답변을 터키 측으로부터 얻을 때까지 나토의 지중해작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바다의 수호자'는 지중해상의 대량파괴무기(WMD) 이동 감시, 항행의 자유 보장, 테러 대비 등을 목적으로 2016년 11월 개시된 나토의 공동 해상작전이다.
리비아에서 터키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프랑스는 터키가 유엔의 리비아 무기 금수를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국방부 관리는 지난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동맹국(터키)이 유엔의 무기 금수를 지키지 않는데, 그 감시를 위한 해상작전에 우리 군 자산을 배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프랑스의 나토 작전 참여 중단 선언은 양국 해군이 최근 지중해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에 직면한 이후 나왔다.
프랑스 해군함정이 지난 10일 지중해상에서 작전 도중 유엔의 리비아 무기 금수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터키 화물선을 조사하려 하자 터키 해군이 나타나 프랑스 함정에 레이더를 세 차례 비췄다는 것이 프랑스의 주장이다. 터키 측이 프랑스 해군에 미사일 공격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프랑스 함정이 물러서면서 피했지만, 이후 프랑스는 터키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터키는 적대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나토 동맹으로 묶인 프랑스와 터키의 갈등은 시리아의 쿠르드민병대와 리비아 내전 문제로 매우 심각해진 상태다.
시리아에서 벌어진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서방국가들에 협조해온 쿠르드민병대를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작년 10월 공격한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과 터키의 관계가 급랭했다.
리비아 내전 문제도 양국이 대립하는 이슈다.
리비아는 2011년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서부를 통제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와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국민군(LNA)으로 양분돼 내전을 벌이고 있는데, 터키와 프랑스는 각기 다른 세력을 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이 인정한 합법정부인 GNA는 터키와 카타르의 도움을 받고, 동부 유전을 장악한 LNA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러시아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프랑스도 LNA 쪽에 섰다는 관측이 유력하지만, 프랑스는 공식적으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터키와 프랑스 간 일련의 갈등이 두 동맹국의 지정학적 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터키가 리비아와 그 앞바다인 지중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을 북아프리카를 구(舊) 식민지로 거느리며 이 지역에서 패권을 누렸던 프랑스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의 국제관계 싱크탱크인 저먼마셜펀드의 오즈구르 운루히사르시클리 터키사무소장은 AFP통신에 "양국의 갈등이 나토의 다른 국가들에 의해 조정되지 않으면 현 상황이 두 동맹국 간의 지정학적 대결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시리아 문제 정상회담에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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