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체육회 2일 인사위서 감독 직무정지 조치
사건 알려지며 거세게 이는 비난 “종목 없애라”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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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고(故) 최숙현(23) 선수 폭행 의혹과 관련해 대구지방검찰청이 사건을 맡아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 감독과 팀닥터, 선수 2명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북 경주경찰서는 지난 3월 11일 검찰로부터 고소장을 넘겨받아 최 선수와 감독 등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감독은 사기, 아동복지법 위반, 강요, 폭행 등 혐의로, 팀닥터와 선배 선수 2명은 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지검 경주지청이 사건을 송치받았다가 지난달 1일 대구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고인에게 애도를 표한다.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체육회도 2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운동부 내 가혹 행위 논란에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선 셈이다. 인사위에는 최 선수의 전 소속팀인 경주시 트라이애슬론 직장운동부 감독과 선수들이 회부됐다.
2일 오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인 A씨가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시 체육회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숨진 고 최숙현 선수의 전 소속팀 감독으로 최 선수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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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로 진행된 인사위는 청문회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자 30분씩 답변 시간을 얻었다. 이날 오후 5시쯤 마무리된 인사위 결과는 ①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감독 직무를 정지 ②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 등에 따라 추후 조치 ③팀닥터의 선수 폭행 혐의는 추가 조사 후 조치 등 크게 세 가지 결론이 나왔다.
팀닥터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팀닥터가 경주시청 소속도 아니고 무면허 의료인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주시 관계자는 “최 선수의 가족이 가혹 행위 등에 대한 민원을 경주시에 제기한 것은 2월 6일”이라며 “당시 같이 있었던 다른 선수들에 대해 조사를 하려고 했는데 당시 선수들이 해외에 있었다.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들어오질 못했다. 1월에 전지훈련 가서 3월 말 입국했다. 이후 조사하던 중 경찰에서 수사가 시작됐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때문에 자체 조사는 잠시 보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직장운동부 숙소에서 고 최숙현 선수가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를 졸업한 최 선수는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에서 활동하다 올해 초 부산시청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선수 등 선수들은 경주시청 활동 당시 경북 경산의 원룸 숙소에서 지내며 훈련을 해 왔다. 경주에는 트라이애슬론 규격인 50m 길이 수영장이 없어 경산에서 지냈다. 경주시에서 연 9억원 정도를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최숙현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최숙현 선수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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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최 선수가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에서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배들로부터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괴롭힘 등을 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최 선수가 숨지기 전 수년간 모은 녹취록에는 자신이 당한 가혹행위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녹취록에는 체중 조절을 실패한 최 선수에게 감독이 폭언을 퍼붓고 팀닥터가 수차례 폭행을 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감독과 팀닥터는 최 선수와 다른 선수들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음주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한철인3종협회와 경주시청 홈페이지 등에 네티즌들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너희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들이다’고 비판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이렇게 훈련할 거면 그냥 철인3종경기 없애 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최 선수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직접 나서서 관련 문제를 챙길 것을 지시했다. 이에 문체부는 특별조사단 구성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경주=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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