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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알바보다 더 일하고 월100만원 쥔다" 편의점주 최저임금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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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맹점을 하는 A 씨는 매일 오전 8시에서 오후 11시까지 점포를 지킨다. 주 7일 100시간 가까이 일하고 나머지 시간(주당 약 70시간)은 아르바이트를 구해 쓴다. 한 달에 300만원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하고 있다. 편의점 본사에 내는 수수료(수익의 30%)와 임대료 등 운영비를 제하면 A씨가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원 정도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약 5000원. 현행 최저임금(859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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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편의점주협의회가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상훈 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장(맨 왼쪽),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김민모 이마트24점주협의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한국편의점주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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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려면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인건비 상승에 가장 민감한 업종인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점주가 주당 통상 70~80시간 일하고, 가족까지 동원해 100시간 넘게 근무해도 평균 월 순익은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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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편의점 매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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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종열 CU 가맹점주협의회장은 이 자리에서 “가맹점주는 최저임금이라도 벌고 싶다. 자영업자도 국민이다. 우리도 같이 살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협의회가 공개한 편의점 손익 계산서에선 실제로 인건비 부담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기준 5대 편의점(GS25ㆍCUㆍ세븐일레븐ㆍ이마트24ㆍ미니스톱)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은 연간 5억7344만원이었다. 2019년 자료는 취합 전이지만, CU의 경우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연간 5억8991만원으로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기준 가맹점포는 평균 월평균 613만원을 인건비로 지출했다. 가맹점주가 주 50시간을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118시간)을 아르바이트 근로자로 채웠을 때의 계산이다. 주휴수당과 퇴직금, 4대 보험 사용자 부담분을 넣어 산출된 액수다. 이는 본사 지급 수수료(월평균 434만원), 임대료(월평균 150만원) 등 기타 비용보다 현저히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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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대표적 업종이다. 노동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 요구에 편의점 관련 단체들은 2일 일제히 반대의사를 밝히며 '최저임금 삭감'을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해 말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직원이 판매대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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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비를 뺀 뒤 점주가 쥘 수 있는 월 순이익은 평균 99만원이 된다. 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편의점주는 자신의 노동 시간을 늘리는 길을 택한다. 협의회는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이 32.7% 오르면서 편의점을 포함한 영세 자영업자의 최저임금 지급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호소했다.

올해 하반기 편의점 업계 전망은 밝지 않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학교ㆍ관광지ㆍ대학가 인근 편의점이 수개월째 매출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침체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주들이 나선 것은 현재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8590원)보다 16.4%를 인상한 1만원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편의점협의회는 이날 ▶최저임금 2.87% 삭감(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분) ▶주휴수당 폐지 ▶최저임금 업종별ㆍ규모별 차등화를 요구했다.

홍성길 한국편의점협의회 정책국장은 “가맹점주는 한계에 처해 있다”며 “장시간의 노동과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기본적 삶을 포기하고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느끼는 위기감은 외환위기(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때보다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층 일자리 위험



또 다른 편의점 단체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편의점 업계는 임금 인상 여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청년층과 취업 대기자가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표적 단기 일자리였지만, 최저 임금이 오르면서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가맹점협회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최대 수혜자는 안정된 직군의 근로자"라며 "주당 15시간 미만 근로자만 양산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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