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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현대글로비스, 현대차 경쟁사 폴크스바겐 수송 물량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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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독일 브레머하펜 항에 기항 중인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크라운’호의 모습. 폴크스바겐그룹의 대 중국 물량 확보로 현대글로비스는 동아시아-북미-유럽을 잇는 물류 사이클을 완성하게 됐다. 사진 현대글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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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물류·공급망 관리(SCM) 기업인 현대글로비스가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그룹의 대(對) 중국 해상운송 독점 권한을 따냈다.

계열사 간 거래 비율이 높았던 현대글로비스가 경쟁 완성차 업체의 물류 계약을 따낸 건 이례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모기업 거래 비율을 크게 낮춰왔다.

현대글로비스는 폴크스바겐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폴크스바겐 콘체른로기스틱(Volkswagen Konzernlogistik GmbH& Co. OHG)’과 5년간 유럽에서 생산된 그룹 내 승용 브랜드의 중국으로 가는 해상운송을 단독으로 맡기로 계약했다고 2일 공시했다.



비(非)계열 완성차 업체 역대 최대 계약



폴크스바겐그룹의 유럽발 중국행 해상운송은 지금까지 유럽 선사가 맡아왔지만 2024년 12월까지 5년간(기본 3년+연장 옵션 2년) 현대글로비스가 단독으로 맡는다. 전체 계약 규모는 2년 연장 옵션을 실행했을 경우 2031억원이 추가돼 총 5182억원이다. 지금까지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따낸 운송 계약중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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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의 동아시아-북미-유럽을 잇는 글로벌 완성차 해상운송 구간. 자료 현대글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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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는 폴크스바겐그룹이 유럽에서 생산한 승용차를 매달 10회에 걸쳐 독일 브레머하펜과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실어 중국 상하이(上海)·신강(新港)·황푸(黄埔) 등으로 운반한다. 폴크스바겐·아우디·벤틀리·포르쉐 등 그룹 산하 전체 브랜드 승용차를 독점으로 운송할 예정이다.

중국은 폴크스바겐그룹 글로벌 판매의 4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계약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전체 물동량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번에 수주한 운송 구간은 세계 완성차 해운 구간 중 최대 규모가 오가는 구간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외에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17개사와 물류 계약을 맺고 있으며, 건설기계, 중고차 수출입 물량 등 비(非)계열사 매출 비중을 높여 왔다.

후진적인 전속 거래 구조로 비판을 받았던 현대차그룹은 2018년 이후 부품 및 서비스 등의 다각화에 공을 들여왔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2016년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이 60%에 달했지만 2017년 58%, 2018년 56%에 이어 지난해엔 47%까지 낮췄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완성차 운송 매출은 2조510억원이었는데, 비계열 매출은 1조원을 넘겼다. 이번 수주로 비계열 매출 비중은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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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의존도 낮추는 현대글로비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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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북미→유럽→동아시아 물류 사이클 완성



이번 수주는 현대글로비스가 공들여온 글로벌 해운 사이클의 완성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대글로비스는 북미·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완성차를 운반한 뒤 유럽↔북미, 유럽·북미→동아시아 지역의 물량 유치에 힘을 쏟아 왔다. 빈 곳 없이 가득 채운 배가 운항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지난 3년간 유럽지역 완성차·건설기계 등의 북미 수출 물량을 늘렸고, 지난해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테슬라 모델3 물량을 따내 북미→유럽 화물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번 폴크스바겐그룹과의 계약은 유럽에서 동아시아으로 향하는 해운 물량을 채웠다는 점에서 공선(空船) 운항 구간을 없애고, 물류비를 낮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3월 스웨덴 선사 ‘스테나 레데리’와 유럽 합작회사인 ‘스테나 글로비스’를 설립했는데, 이번 폴크스바겐 수주에서 스테나 글로비스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동아시아 물량을 수주하기 위한 작전이 주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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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왼쪽) 현대글로비스 대표와 댄 스텐 올슨 스테나 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독일 함부르크 스테나 글로비스 본사에서 합자회사 설립 서명식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글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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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글로비스의 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제였다”며 “최근 수년간의 노력과 이번 수주를 더 해 공급망 관리를 선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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