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인구가 늘어나는 것만이 수요가 느는 게 아닙니다. (정부가) 지금이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시그널을 줘서 너도나도 ‘땡빚’이라도 내서 다급히 부동산에 뛰어들게 만든 그게 바로 수요를 늘린 겁니다.”
최근 주요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와 오픈 카톡방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라는 글의 일부다. 정부가 12·16대책과 6·17대책 등 초강력 부동산대책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피로감과 정책 불신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히려 규제 직격탄을 피한 곳은 어김없이 풍선효과가 생기며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책 발표가 나온 지 불과 2주도 안 된 시점에서 “실수요자에 대해 최대한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사실상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파주와 김포는 규제지역 지정과 관련 상당 부분 조건에 부합했다”며 추가 규제를 시사하고 나섰다.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서는 조만간 두 지역이 조정 대상지역으로 묶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추가 부동산대책에 대한 ‘지라시’가 나돌고 있다. 서울 용산 정비창 일대와 잠실 마이스(MICE)·영동대로 복합개발 일대 주변 토지거래허가제도 구역 확대, 중저가 아파트까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대출 규제 강화, 공동주택 재건축 연한 30년에서 40년으로 상향, 조정 대상지역 내 1가구1주택자 양도세 면제 요건을 현행 실거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국토부 측에서는 “추가 대책을 논의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하나라도 현실화할 경우 부동산뿐 아니라 국민 실생활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후속 대책이 나와도 ‘집값은 못 잡고 애먼 실수요자만 잡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상당수 부동산전문가는 6·17대책의 최대 피해자로 30대를 꼽는다. 대부분의 30대는 취업과 출퇴근, 신혼집 등을 위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층이다. 하지만 청약시장에서 소외되고 대출까지 막히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웃돈을 주고 집을 사는 ‘패닉 바잉’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집값 잡기’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공직자 가운데 수도권 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8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보유한 집값도 3년 전보다 평균 7억3000만원이 올라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부동산정책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21번의 대책이 나왔는데도 집값 잡기에 실패한 상황에 대해서는 냉철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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