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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프랑스 작곡가, 작품에 20세 한국 피아니스트의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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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어린 시절부터 화려한 무대로 이름을 알렸던 피아니스트 임주희. [사진 목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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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베파(47)는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작곡가다. 어린 시절 아역배우로 프랑스의 TV영화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를 연기하며 음악에 관심을 가진 후 피아노 음악을 주로 작곡한다. 그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그만큼 작품은 어렵고 특히 리듬이 까다롭다.

베파는 지난해 피아노를 위한 연습곡 6곡을 한 세트로 쓰면서 그 중 하나에 ‘임주희(Juhee Lim)’라는 제목을 붙였다. 임주희는 2000년생, 올해로 만 20세가 되는 피아니스트다. 에튀드 ‘임주희’는 3~4분짜리 기교적인 곡으로, 역시나 복잡한 리듬으로 피아니스트의 실력을 시험하다시피 하는 작품이다. 임주희는 이 곡을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한다.

둘의 만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주희는 프랑스 앙시 페스티벌에 참가해 베파의 작품 ‘토카타’를 연주했다. 베파는 임주희의 연습 모습을 본 후 원래 악보를 대폭 손봤다. 그 자리에서 악보를 지우고 어려운 부분을 추가했다. 손으로 음계를 훑어내는 글리산도를 추가하고 더욱 까다롭게 했다.

이후 이 곡을 무대에서 훌륭하게 연주해낸 임주희를 보고 지난해 그를 위한 작품을 새로 쓴 것이다. 이처럼 베파의 에튀드 ‘임주희’는 어린 나이에도 천성적으로 뛰어난 기교와 무대 장악력을 가진 피아니스트 임주희에 대한 헌사다.

이번 독주는 임주희의 첫 정식 독주회다. 2018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일환으로 독주를 했지만 단독 리사이틀은 처음이다. 임주희는 이번 독주회의 이름을 ‘임주희가 연주하는 임주희’로 붙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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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피아니스트 임주희.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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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는 2010년 세계 지휘계의 ‘제왕’인 발레리 게르기예프에게 낙점됐다. 게르기예프는 임주희의 연주 영상을 보고 그를 러시아 백야 페스티벌의 협연자로 발탁했다. 이후에는 정명훈이 임주희를 알아봤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13번 오케스트라 협연자로 무대에 세웠다. 이처럼 10년 동안 세계적 지휘자들의 협연자로 이름을 알린 그가 이번에 본격적인 독주회를 연다.

임주희는 “어릴 땐 협연이 전체 연주의 90%가 넘었다. 그런데 협연과는 또 다른 엄청난 재미가 독주에 있다“며 “첫 독주를 위해 ‘너무’ 유명한 곡들을 일부러 골랐다”고 했다.

독주회 첫 곡인 베파의 ‘임주희’는 국내 초연이지만 이후 연주하는 쇼팽 발라드 1번, 소나타 3번과 베토벤의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모든 피아니스트의 ‘필수곡’이다. 그는 “피아노 치는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연주해봤을 곡이고, 모두가 아는 곡”이라며 “그만큼 부담스럽지만 내 해석을 보여줄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외우고 있을 만큼 잘 알려진 곡이 연주회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도록 하고 싶다는 뜻이다.

임주희는 “내 연주가 끝나고 돌아가는 청중이 ‘임주희가 잘친다 못친다’를 떠나서 ‘그 작곡가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부터 홈스쿨링을 한 그는 최근 미국 줄리아드 음악학교에 전액 장학금을 약속받으며 합격했다. 임주희는 “코로나 19로 출국을 못 하고 있지만 음악학교에 입학해서 이론적으로도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독주회는 7월 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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