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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러시아서 인기 ‘베리맛 초코파이’ 한국엔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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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입맛 맞춰 과일향 음료 출시

동남아는 딸기맛 소주 ‘매출 효자’

세계화 + 현지화 결합 ‘글로컬’ 전략

익숙하면서 새롭게 현지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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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트에서 현지인들이 베리맛 초코파이를 고르고 있다. [사진 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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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라즈베리맛과 체리맛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올해는 베리(산딸기류)의 일종인 블랙커런트맛도 내놨다. 1993년 수출을 시작한 러시아 시장에서 초코파이 판매는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3% 늘었다.

한국에는 없는 베리맛 초코파이는 러시아 사람들의 ‘다차’(텃밭이 딸린 시골집) 문화에 착안한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다차에서 수확한 산딸기류를 잼으로 만들어 먹는다. 러시아에서 베리맛 초코파이는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반면 한국 시장에선 베리맛 초코파이를 상품화할 만한 여건이 안 된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이처럼 국내 식품기업이 해외에서 판매하는 식품 중에는 한국에 없는 것도 적지 않다. 한국 브랜드의 세계화와 현지화를 결합한 ‘글로컬라이제이션’의 결과물이다.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는 현지인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이 통한다. 대상은 2014년 미국 시장에 ‘내추럴고추장’을 선보였다. 고추장에 물을 더해 소스처럼 먹을 수 있게 했다. 주로 매운맛만 내는 칠리소스와 차별화했다. 포장 용기도 바꿨다. 숟가락으로 고추장을 떠내는 게 아니라 용기를 세워놓고 짜서 쓸 수 있게 했다. 내추럴고추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0%씩 매출이 늘고 있다. 고추장과 케첩을 결합한 제품과 매운맛이 덜한 제품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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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편의점에 진열된 한국의 과일맛 소주. [사진 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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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는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로 자리 잡았다. 우유만 들어간 오리지널과 함께 딸기·바나나·레몬·포도 등 12가지 과일향을 선보였다. 한국 시장에서 파는 밀키스에는 과일향이 없다. 롯데칠성은 1990년대 초 러시아에 처음 진출했을 때만 해도 오리지널 밀키스만 팔았다. 그러다 러시아 사람들은 기후와 지리적 여건에 따라 다양한 과일을 접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오렌지향과 딸기향을 출시했다가 인기를 끌자 과일향 제품을 꾸준히 확대했다.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밀키스의 매출은 120억원으로 전년보다 50%가량 늘었다.

동남아에선 과일이나 쌀이 풍부한 점을 활용해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5년 태국에 ‘자몽에이슬’이란 과일맛 소주를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딸기에이슬’을 두 번째 수출 전용상품으로 출시했다. 동남아에서 하이트진로의 소주 판매량은 최근 4년간 연평균 22% 성장했다. 롯데칠성음료가 2017년 출시한 ‘순하리 딸기’도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아침 식사 대신 먹을 수 있는 빵으로 ‘쎄봉’이란 제품을 내놨다. 말린 돼지고기를 빵 위에 얹어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반미 짜봉’을 모티브로 했다. 쎄봉은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3500만 개를 넘었다. 오리온은 ‘안’이라는 쌀과자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지난 1월까지 8개월간 누적 판매량이 1580만 봉지(106억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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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판매하는 과일향 밀키스. [사진 롯데칠성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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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입맛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경우도 있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유럽에서 ‘비비고 갈비 왕교자’라는 제품을 내놨다. 한국식 갈비를 만두소에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80% 늘었다. 지난해는 영국 기업과 공동 브랜드 제품으로 ‘코리안 BBQ 비프 교자’를 개발해 레스토랑 등에 공급했다. 지난 4월부터는 마트에서 일반 소비자용 제품으로도 판매 중이다.

팔도는 한국 시장에서 도시락 라면으로 소고기와 김치의 두 종류만 판매한다. 러시아에서는 닭고기·돼지고기·버섯·해물 등을 추가해 여덟 가지 제품군을 선보였다. 2012년에는 마요네즈 소스를 별도로 넣은 제품도 내놨다. 러시아 사람들이 추운 날씨로 열량이 높은 마요네즈 소스를 선호하는 점을 고려했다. 모든 제품에는 젓가락 대신 포크를 넣었다. 91년 러시아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은 54억 개다. 러시아 특허청은 지난 5월 한국 브랜드 중 처음으로 도시락을 ‘저명상표’로 인정했다.

롯데칠성이 72년 출시한 ‘고려인삼주’는 2007년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직접 수삼이나 인삼을 사서 소주에 담가 마시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다. 반면 나이지리아에선 고려인삼주가 ‘동양의 마시는 비아그라’로 통하며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려인삼주의 중국산 모조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1억7000만원으로 3년 전(1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90년대 초반 중동·아프리카에 진출한 기업인들이 현지인들에게 한국 인삼을 선물하면서 인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술병 안에) 인삼 뿌리가 통째로 들어있는 점 등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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