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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욕하고 가두고 내쫓고…그건 '훈육'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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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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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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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을 위해 그랬다"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기관에 넘겨진 부모들의 공통된 진술 내용이다. 학대를 피해 아이가 탈출한 '창녕 아동학대' 사건을 비롯해 아이를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천안 계모' 사건 등 부모들은 모두 말 안 듣는 아이를 훈육하는 차원에서 학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보다는 관리 대상으로 여기는 이같은 마음가짐에 훈육을 빙자한 학대가 계속된다고 말한다. 결국 호소할 곳이 없는 아이들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말 안 듣는다고 때리고 가두고…훈육 빙자한 학대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최근 40대 여성 A씨를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지난 20일 새벽 1시쯤 서울 개화산에 8세와 9세 아들 두 명의 옷을 벗겨 산속에 둔 혐의를 받는다.

아이들은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 상태에서 발바닥에 피를 흘리며 산길을 내려왔다. 이를 발견한 시민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훈육을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이들은 A씨와 격리돼 임시 보호기관에서 지내는 중이다.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7시간가량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 B씨(41)도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훈육 차원에서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면서 고의성을 부인했다.

B씨는 감금된 C군(9)이 호흡곤란을 호소하자 헤어드라이어로 바람을 넣고 가방에 올라가 수차례 뛴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가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잃어 꺼내 달라는 말을 더는 못했을 때도 내버려 뒀다. B씨의 진술대로라면 모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시작된 행위다.

지난 19일에는 광주에서 의붓아버지(31)가 초등학생 아들(11)을 폭행해 갈비뼈에 금이 가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이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고 휴대전화 게임을 자주 한다는 이유였다.


"아이 아닌 부모가 교육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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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의붓딸을 학대한 계부(35)가 지난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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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훈육과 학대의 구분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박사는 "부모가 보복성으로, 감정적으로 아이들을 훈육하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신체적·정서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면 학대"라고 지적했다.

아이들을 하나의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고 그 존엄성을 해치는 욕설이나 신체적 체벌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민법 915조(징계권)에 따르면 부모는 자녀 보호 및 교양 목적으로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아동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아동학대 논란이 커지면서 법무부도 지난 10일 "(징계) 범위에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아동 체벌 금지 법제화를 위해 이 민법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박사는 훈육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체벌이 아닌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더는 '내가 맞고 자라서 아는데 매를 드는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학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런 악습은 부모 세대에서 끝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이와 약속을 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컴퓨터나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든지 다른 효과적인 훈육법을 우리 사회가 찾아야 한다"면서 "아이가 아닌 어른들의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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