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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 풀어도 21년만에 최악 경기…정부 예측 또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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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5월 산업활동동향]

재난지원금으로 소비는 끌어올렸지만 경기 전반에 걸친 충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5월 산업생산이 5개월 연속으로 줄고, 경기변동에 민감한 제조업은 출하(수출) 감소로 공장 재고율이 21년만에 가장 높았다. 종합 지표는 현재 경기 국면이 외환위기 때와 같은 수준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실물경기 하방위험이 다소 완화하고 있다는 정부의 예측은 또 어긋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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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기 21년 4개월 만에 최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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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에 소비·서비스 생산 '기지개'



30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4월보다 4.6%(110.4→115.5) 올랐다. 4월(5.3%)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전년 동월 대비로 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국내에 상륙한 2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과 억눌린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보복 소비' 영향이 컸다. 5월 소비만 놓고 보면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깜짝 회복한 셈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생활방역 전환, 재난지원금 지원 등 정책 효과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차량 구매 시 내야 하는 개별소비세 할인 등 영향으로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13.9%) 판매가 크게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자 그간 타격이 컸던 서비스업종도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 분야가 전월보다 3.7%, 숙박·음식점업이 14.4%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2.3% 증가세를 보였다. 4월(0.5% 증가)에 비해 회복세가 확대하는 모습이다.



소비만으론 '역부족'…제조업 재고, 21년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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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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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비 진작만으로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전반에 걸친 충격을 막아내기에는 어려웠다. 서비스업 생산이 선방했지만 전(全) 산업생산지수는 102.7로 전월보다 1.2% 감소해 5개월 연속 내려앉았다. 내수시장에서 선전한 자동차 분야는 해외시장이 얼어붙으며 생산이 21.4% 줄어들었다. 전체 광·공업 생산은 6.7% 곤두박질쳤다.

특히 경기 상황에 민감한 제조업 재고율이 128.6%로 치솟으며 외환위기 영향권이었던 1998년 8월 이후 2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산업활동 전반이 부진하며 출하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3.6%로 11년 4개월 만에 최저치였고, 제조업 출하지수(계절조정)는 90으로 2010년 3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역대 최장(最長) 경기 수축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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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기순환국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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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생산·출하 등을 종합 고려해 현재 경기 국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6.5로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 1월과 같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2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로 최근 4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소비 증가의 잔물결이 기업 경기 악화의 파고에 묻혀버린 셈이다.

이에 따라 경기 사이클은 역대 가장 긴 하강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32개월째 수축 국면에 머물고 있다. 이는 종전 최장 기간인 29개월(1996년 3월~1998년 8월)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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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 두 번째)이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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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는 앞으로 전망은 더 어둡다. 소비마저 다시 뒷걸음질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전망은 다시 어긋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 폭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향후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98.9)는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30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내수·서비스업과 수출·제조업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의 특성상 내수가 살아나더라도 수출 악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19 장기화에 대비해 현금 보유 비율이 낮은 기업과 취약계층부터 선별 지원하면서 대응 여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일시적으로 회복했지만, 경기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도·소매 등 취약 업종의 경우 내년 최저임금 인상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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