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이슈 대한민국 연구 현장

국내 연구진, 살아있는 세포 전자현미경으로 실시간 관찰 첫 성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카이스트 육종민 교수팀

카이스트(KAIST)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팀이 경북대 ITA 융합대학원 한영기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살아 있는 세포를 전자현미경으로 실시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일보

살아있는 세포를 전자현미경으로 첫 관찰에 성공한 카이스트 육종민, 경북대 한영기 교수와 카이스트 구건모 박사과정(사진 왼쪽부터).


살아 있는 다양한 세포의 실시간 분자 단위 관찰이 가능해져, 그동안 불가능했던 세포의 전이·감염 과정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은 수십~수백 나노미터(nm) 크기의 바이러스로 인해 일어나는 질병이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전이·감염 과정을 분석하고 이에 대처할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미시적인 행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이러스와 세포, 세포를 이루는 기관들은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는 관찰이 어려워 해상력이 매우 높은전자현미경 기술을 이용한다. 그러나 전자현미경은 효율적인 작동을 위해 매우 강력한 진공상태가 필요하며 또 가시광선보다 수천 배 이상 높은 에너지를 갖는 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관찰을 위해서는 세포의 구조적인 손상이 불가피하다. 현재 2017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통해 고정 작업 및 안정화 작업을 거친 표본만 관찰이 가능하다.

사멸해 고정된 것이 아닌 온전히 살아 있는 세포를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분자 단위로 관찰 가능한지 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육 교수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12년 개발한 그래핀 액상 셀 전자현미경 기술을 응용했다. 당시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으로 살아있는 대장균 세포 관찰에 성공했고, 이를 재배양시킴으로써 전자와 진공에 노출됐음에도 대장균 세포가 생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그래핀은 층상 구조인 흑연에서 분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얻어내는 약 0.2 나노미터(nm) 두께의 원자 막이다. 여러 분야에서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강한 강도와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가지며, 물질을 투과시키지 않는 성질을 가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그래핀 성질을 이용, 세포 등을 액체와 함께 감싸주면, 고진공의 전자현미경 내부에서 탈수에 의한 세포의 구조변화를 막아줄 수 있음을 밝혀냈다. 또 그래핀이 전자빔에 의해 공격성이 높아진 활성 산소들을 분해하는 효과도 지니고 있어 그래핀으로 덮어주지 않은 세포보다 100배 강한 전자에 노출되더라도 세포가 활성을 잃지 않는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육 교수는 “세포보다 더 작은 단백질이나 DNA의 실시간 전자현미경 관찰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 앞으로 다양한 생명 현상의 기작을 근본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고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구건모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6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