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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126년만에... 美미시시피 주깃발서 '인종차별' 상징 문양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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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과반인 州의회서 압도적 가결
백인우월 문양 빼고 美상징 표어 넣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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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포크너(오른쪽) 미국 미시시피주 하원의원과 브릭스 홉슨 주 상원의원이 28일 주기(旗)에서 남부연합 문양을 삭제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잭슨=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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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불거진 반(反)인종차별 흐름 속에서 미국 미시시피주(州)가 주기(旗)에서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 문양을 삭제한다. 1894년 제정 이후 126년만이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역사 청산'이 또 다른 성과를 얻게 됐다.

미시시피주 하원은 28일(현지시간) 주 깃발에서 남부연합 문양을 제거하는 안건을 찬성 91표 대 반대 23표로 가결했다. 이어 주 상원도 37 대 14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 상ㆍ하원 모두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성과다. 주 의회는 15일 이내에 현 주기 사용을 중단하고 9월까지 마련될 새 주기에는 미국의 공식 표어인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는 문구를 포함하기로 했다. 주기의 교체는 11월 주민투표에서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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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에서 희생된 남군 병사들이 묻혀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매그놀리아 묘지에 남부연합기가 걸려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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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연합 문양은 남북전쟁 당시 노예 소유를 인정한 남부연합 정부의 공식 깃발을 의미한다. 붉은 바탕에 파란 줄이 엑스(X)자 모양으로 그려져 있고, 파란 줄 안에 13개의 하얀 별이 새겨져 있다. 미시시피주는 남북전쟁 종전 이후인 1894년 주 의회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흑인의 정치적 힘이 강해진 것에 반발하며 남부연합 문양을 주기 좌측 상단에 삽입했다. 2003년 조지아주가 남부연합 문양을 주기에서 삭제하면서 미시시피주는 그간 미국 50개 주 가운데 유일하게 남부연합 문양을 주기에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주 의회의 결정으로 미국 전역에서 남부연합 문양이 담긴 주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미시시피주가 126년이나 유지해온 깃발을 변경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경제 문제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온건파는 "미시시피주의 투자 유치 부진은 인종차별이 잔존하고 있다는 위험성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해왔다. 브릭스 홉슨 주상원의원(공화)은 "경제 발전에 관심이 있다면 주기가 변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미 경제분석국(BEA)의 조사에 따르면 50개 주 가운데 미시시피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464달러로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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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주 잭슨에 위치한 주의회 의사당 앞에 지난 2011년 1월 남부연합 문양이 새겨진 미시시피주기가 게양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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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드 맥머핸 주상원의원(공화)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지역구 유권자 1만5,000명 중 1만명 이상이 주기 변경에 찬성한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인 클래리언레저도 앞서 24일 주 유권자 가운데 55%가 남부연합 문양 삭제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최근 들어서는 미시시피주립대 등도 주기 사용을 중단했다. CBS방송은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등에서도 주기 변경 없이는 미시시피주에서 행사를 주최할 수 없다고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결국 보수의 아성으로 여겨지는 미시시피주를 변화시킨 셈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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