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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5세대 이동통신

5G 통신장비 시장서 '화웨이 대항마' 키우겠다는 日, 삼성 여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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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장비 자체 기술 없는 일본, 2030년까지 글로벌 통신사 고객사 확보 포부
전문가 "늦어도 너무 늦은 투자, 내수 시장용일 것"
"일본 시장 두드려 온 삼성, KDDI 외 추가 수주 어려울 듯… 협력이 최선"

일본이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5G(5세대 이동통신)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현재 5G 투자가 본격화된 전 세계에서 속속 업계 1위 중국 화웨이 장비 배제가 이어지고 있어 그 자리를 일본 통신장비사가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25일(현지 시각) 일본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1위 통신사인 NTT도코모를 산하에 두고 있는 NTT그룹은 현지 5G 통신장비 업체인 NEC 지분 5%가량(약 7300억원)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NTT는 NEC의 3대 주주로 올라가게 된다.

조선비즈

일본 NTT그룹이 자국 통신장비사 NEC 지분을 인수, ‘메이드 인 재팬’ 5G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NTT그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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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분 투자가 일본이 화웨이를 대체할 대항마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를 대체할 수 있는 메이저 통신장비사는 유럽계인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정도가 있다.

사와다 준 NTT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 현 상황이 일본에는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면서 "미·중 관계는 계속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험난한 세계 정세 속에서 NTT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NTT는 NEC와 함께 기지국을 포함한 무선 네트워크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서게 된다. 회사 측은 2030년까지 미국 AT&T 같은 유력 통신사의 5G망을 수주해 글로벌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다만, 통신장비 시장은 기존 세대 서비스와의 호환성·규모의 경제로 인한 가격경쟁력 등으로 화웨이·에릭슨·노키아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어 목표 달성을 위한 길은 험난할 전망이다. 이미 통신장비사들이 다음 세대인 6G(6세대 이동통신)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늦어도 너무 늦은 조치라는 것이다.

현재 5G를 포함한 무선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에릭슨·노키아가 80% 이상이다. 일본 통신장비사인 NEC와 후지쓰 점유율은 1%가 채 안 되는 상황이다. 5G망 시장만 놓고 보면, 이들은 자체적으로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아예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중 대립이 격화하면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자 5G망에서는 일본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글로벌 시장에서의 의미 있는 점유율 확보보다는 내수시장용 투자라는 것이다.

일본 내수시장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일본의 자체 장비업체 육성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일본 2위 통신사인 KDDI와 LTE(4세대 이동통신) 때부터 계약을 맺었고, 5G망까지 수주했으나 다른 통신사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0%대로 후발주자인 삼성 입장에서는 일본 시장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화웨이 장비 배제’ ‘자국 통신장비사 우위’라는 원칙을 이어가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곳이기 때문에 삼성이 KDDI를 제외한 다른 통신사에서 계약을 따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력이 없는 일본 장비사와 협업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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