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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벌써 무섭다” 겨울 난방비 폭탄…이렇게 줄였다고?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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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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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1월 가스비가 0원?”

경남에 거주하는 권오선 씨는 난방으로 가스보일러 대신 ‘히트펌프’를 쓴다. 가스비가 0원인 이유다. 히트펌프엔 전기요금이 추가되지만, 그가 낸 총 전기료는 4만6000원. 전기와 난방비를 합쳐 1월에 총 4만6000원을 내면 됐다.

히트펌프가 지속 가능한 난방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스보일러보다 3~5배 에너지 효율이 더 높아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펌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유독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전기 요금 체계와 발전 방식 등 히트펌프 보급에 장벽이 많다.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히트펌프가 도입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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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주택 가스계량기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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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펌프란 연료를 태우는 방식 대신 열을 이동시키는 방식의 냉난방을 하는 장치를 말한다. 쉽게 생각하면, 외부의 공기나 물, 땅속의 열을 집 내부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가스보일러 등은 실내를 덥히는 방식으로, 히트펌프는 이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스보일러와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도 적다. 히트펌프 사용 시 콘덴싱 보일러보다 28%, 일반 보일러보다 35%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온실가스 저배출 전기로 구동되는 히트펌프를 지속 가능한 난방 방식으로의 전환의 필수 요소로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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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빌딩에서 난방으로 인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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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건물에서 생활하면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상당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건물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2100만톤(2018년)으로 총 온실가스 배출량 중 7%를 차지한다. 다른 부문과 달리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주거용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50%는 화석연료에서 비롯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난방이다. 2020년 가정 부문 에너지 소비의 65%가량이 난방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난방방식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두드러지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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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물부문 최종 에너지 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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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도 높고 온실가스 절감 효과도 커 해외에선 히트펌프로 전환에 적극적이다. 전 세계 난방 수요(2021년 기준)의 10%가량이 히트펌프였다. 설치 속도도 빠르다. 유럽 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총 히트펌프 설치 대수는 약 2000만대로, 2022년에만 약 300만대가 팔리고 매출이 38%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몇 년간 가스보일러보다 히트펌프가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히트펌프 확산이 더딘 데다 인지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에서 히트펌프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더니, 시민들은 대부분 건물 난방에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떠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대안으로 히트펌프를 언급한 시민도 소수에 그쳤다.

물론 히트펌프가 국내 보급에 속도를 내려면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다. 가스 등 화석연료를 전력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등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전력으로 전환이 선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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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3에서 전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히트펌프.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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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에서 최근 개최한 ‘주거용 난방방식 시민포럼’에서 권씨는 2023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전력량을 공개했다. 본격적으로 난방을 하는 12월을 보면 전력 사용량이 757kWh(킬로와트시)다. 그런데 전력량요금은 2만4200원에 그쳤다. 권씨의 주택에서 483kWh만큼 전력을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가 크게 난방비 및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었던 건 주거 건물 내에서 자가발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권씨처럼 에너지 효율 주택(패시브하우스)에 ‘공기열 히트펌프’를 함께 설치한 경우 열회수 환기장치로 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공기를 신선하게 유지해 일반 주택에 비해 70~90%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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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 ‘공기열 히트펌프’를 사용하는 권오선 씨의 2023년 7월~20204년 3월 전력량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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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신문선 씨도 지열 히트펌프 사용하고 있다. 지열 히트펌프는 지하 150~200m 땅속의 열을 열원으로 한다. 공기열 히트펌프보다 외부의 온도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일 년 내내 실내 온도를 약 15도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신씨가 거주하는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의 경우 지하 160m의 열원을 이용해 여름과 겨울에도 일정하게 지열을 공급받아, 에너지 절감과 보온에 탁월하다고 한다. 그는 “히트펌프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라며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을 지양하고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삶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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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히트펌프를 테스트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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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히트펌프를 확산하려면 ‘히트펌프 요금제’를 적용하는 식으로 가스보일러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적 이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생에너지 결합 시 인센티브 주거나 시간대에 따라 전기 난방의 요금제를 차등하는 등 ‘친환경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전역에서 히트펌프에 대한 총 투자액을 2020년 130억유로(약 19조 1800억원)에서 2023년 230억유로(33조 9514억원)로 늘렸다. 독일은 35~45%의 설치 보조금을, 이탈리아는 교체 비용의 65%를 지원한다. 미국도 설치 비용의 30%, 최대 2000달러까지 연방 세액 공제를 해준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해외에서는 히트펌프가 친환경 난방 기술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낮은 인지도가 보급 확산의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에너지 요금 정상화, 맞춤형 보조금 제도, 기술 개발 지원, 시장 확대, 대국민 인식 개선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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