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오전엔 윤석열 측근 감찰지시
감찰받게 된 한동훈 “수긍 못해”
추 오후엔 “장관 말 들으면 될 일
윤, 내 지시 절반 잘라먹어 일 꼬여”
전날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고 윤 총장을 비판했던 추 장관은 25일 작심한 듯 노골적으로 비판을 이어나갔다. 그는 이날 오후 여당 초선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며칠 전 검찰총장이 내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 장관 말 겸허히 들었으면 지나갔을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꼬이게 했다”고 질타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관련 위증강요 의혹 사건을 추 장관 지시대로 대검 감찰부에 맡기지 않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한 조치를 비판한 것이다.
추 장관은 “지휘했으면 따라야 하는데도 본인(윤 총장)이 다시 지휘했다. 틀린 지시를 한 것이라 아침에 회의 소집해 ‘내 말 못 알아들었으면 재지시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법무부 장관이 말 안 듣는 검찰총장 끌고 일을 해 본 적도 없고, 재지시해 본 적도 없다. 검찰의 치명적 오류로 장관이 재지시해 검찰사에 남으면 검찰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경험한 사람만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 출신의) 황운하 의원도 검찰 개혁을 눈 부릅뜨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며 검찰과 재차 윤 총장을 압박했다.
추 장관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청회에도 모습을 드러내 “과연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됨을 깨고 바름을 세운다) 정신에 부합하는 검찰권 행사가 있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윤 총장을 재차 비판했다. 그는 전날 법의 날 관련 행사에서도 윤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 여론이 감지된다. 한 간부급 검사는 “장관이 이렇게까지 지휘권을 남발하는 건 총장을 사퇴시키려는 프레임 짜기의 일환일 뿐만 아니라 직권남용 소지도 있다. 부당한 지시를 내려놓고 이행하지 않았다고 뭐라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역대 법무부 장관 중 이런 장관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법무부는 오전엔 “일선 수사 지휘 등 직무 수행이 곤란해진 점을 고려했다”며 한 검사장을 26일자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처했다.
추 “역대 장관, 말 안듣는 총장과 일한 적 없다” 검찰 내부 “이런 장관 처음”
사실상 일선 직무에서 배제한 것이다. 법무부는 한 검사장에 대한 직접감찰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수사받는 검사에 대해 법무부가 직접 감찰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사에 대한 1차 감찰 권한은 대검 감찰부에 있지만 ‘검찰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명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감찰 사건’의 경우 법무부가 직접 감찰할 수 있다.
추 장관이 직접감찰 명령을 내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한 언론단체는 채널A 이모 기자가 한 검사장과의 사전모의 이후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에게 돈을 준 사실을 말하라”고 협박성 취재를 했다고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최근 이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방침을 정한 데 이어 한 검사장에 대해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이 영장 청구 방침을 수용하지 않고 이 기자의 요청대로 이 사안을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하면서 법무·검찰 내부에서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 “윤 총장 압박용 무리한 수사” 등 다른 의견들이 대립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이날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 ‘공정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검사 출신의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은 “‘사실관계 확정 때까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자’고 강변했던 자들이 제3자 간 대화에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한 검사장을 좌천시켰다.
추 장관도 녹취록에 이름이 나오면 장관직을 내려놓을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악비 장군을 모함해 죽인) 진회가 날뛰는 남송(南宋) 시대도 아니고,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쫓겨나는 지금이 과연 현실이 맞는지 공포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나운채·김수민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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