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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물가와 GDP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코로나19 진정돼도 상당기간 저물가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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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소비자 물가상승률 0.3% 전망

비대면 거래·기업 자동화 확산

빚 줄이고 저축 늘리려는 가계들

물가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 우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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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2% 크게 밑도는 상황
안정목표제 실효성에 의문 제기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로 전망하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저물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평균 2.0%로 하는 ‘물가안정목표제’ 통화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도 토로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올해 물가를 이같이 내다봤다. 이는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0.4%보다도 낮은 것이다. 이 총재는 “가계와 기업은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위기를 겪은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위기상황에서 대규모 해고라든가 매출 급감을 경험한 경우에는 극단적 위험회피 성향을 갖는 이른바 ‘슈퍼 세이버’(super-saver)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을 쟁여둔 가계와 기업의 재정건전성은 나아지는 반면, 소비와 투자 회복이 더뎌지면서 다시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주요국이 경제 재개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여전히 높은 데다 국제유가의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돼 물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른 거래비용 절감과 업체 간 경쟁, 기업의 무인화와 자동화 확산 등도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현재 미국·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가들 역시 물가 상승률이 0%대로 둔화된 상태다.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1%대 중반을 보이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2월부터 급격히 둔화되면서 4월 0.1%, 5월엔 마이너스 0.3%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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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다만 디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하는 지속적인 저물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사라지고 경기 개선과 복지정책 영향 축소 등이 더해지면서 물가 상승률이 1.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이런 고민은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공통 화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례 없는 이동제한으로 상품·서비스 공급이 급감한 동시에 수요 역시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중앙은행들은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로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을 막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코로나19 위기가 끝난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공급된 유동성으로 인해 주식·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유동성 확대 공급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 실물경제가 과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효과를 냈지만 진정 기미를 보였던 주택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인다”며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강한 만큼 앞으로 정책의 효과, 시장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기존 거시경제 이론이 교란되고 있는 이번 코로나19 위기에 대해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률 급락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더욱 확장적으로 운용하면서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2.1%로 하향조정한 데 대해 “5월 전망치(-0.2%)를 바꿀 만큼 뚜렷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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