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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물가와 GDP

이주열 한은 총재 “코로나19 진정돼도 0%대 저물가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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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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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0.3%로 전망하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저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연평균 2.0%으로 하는 중앙은행의 ‘물가안정목표제’ 통화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도 토로했다. 다만 디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하는 지속적인 저물가)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물가 전망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가계는 부채 상환을 위해 소비·투자를 억제하고 기업은 재택근무와 자동·무인화 투자 확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이 총재는 전망했다. 그는 “가계와 기업은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위기를 겪은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위기상황에서 대규모 해고라든가 매출 급감을 경험한 경우에는 극단적 위험회피 성향을 갖는 이른바 ‘슈퍼 세이버’(super-saver)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경제주체들의 재정 건전성은 나아지더라도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더뎌지고, 이는 다시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주요국이 경제 재개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여전히 높은 데다 국제유가의 회복세가 더딜 것이란 전망돼 물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른 거래비용 절감과 업체간 경쟁, 기업의 무인화와 자동화 확산 등도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 총재는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물가는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상당기간 0% 내외의 저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국가들 역시 물가상승률이 0%대로 둔화된 상태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1%대 중반을 보이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월부터 급격히 둔화하면서 4월 0.1%를 기록한 뒤 5월 마이너스 0.3%를 찍었다.

이 총재는 다만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이후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측 물가 하락 요인의 영향이 줄고 경기는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사라지고 경기 개선과 복지정책 영향 축소 등이 더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1.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현행 물가안정목표제(2%)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이 총재는 이날도 대체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이 제시한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밑도는 상황에서 물가안정목표제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률 급락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더욱 확장적으로 운용하면서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한은은 현행 물가안정목표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물가안정목표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통화정책 체계도 국제 논의를 참조하여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저물가는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측 요인과 국제유가 하락과 같은 공급 측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코로나19 이후 대내외 경기가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값 등 자산 폭락이 일어나지 않는 한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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